▶ ■ 친구들 위한 ‘대리운전자’ 음주 실태
▶ 가장 적게 마신 사람이 운전대 잡는 것에 불과, 혈중알콜 법규정 초과한 0.09% 이상도 많아 충격
대리운전자는 ‘임무수행’에 앞서 절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나?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그래야 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음주와 마약에 관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 최근호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운전자들의 35%는 운전대를 잡기 전에 술을 마신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플로리다 대학은 일정기간 매주 금요일마다 게인스빌 소재 주점들을 돌며 1,000여명의 술꾼들을 대상으로 혈중 알콜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자신을 ‘대리운전자’라고 밝힌 165명 가운데 17%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2%에서 0.049% 사이로 나왔다. 혈중 알콜 농도가 0.08%를 초과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연방법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체포된다.
대리운전자의 17%는 비록 술을 마시긴 했지만 혈중 알콜 농도가 운전이 허용되는 법적 한계치 아래에 머물렀으니 말 그대로 ‘입술만 적신 셈’이다.
반면 대리운전자 가운데 18%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콜 농도는 어떤 종류의 술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마셨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체중도 체내 알콜 농도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120파운드인 남성이 앉은 자리에서 12온스짜리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들이켰을 때의 혈중 알콜 농도가 0.03% 정도다. 같은 조건에서 두 캔을 연거푸 마시면 체내 알콜 수치는 0.06%로 상승한다. 이 남성이 드라이 마티니 한잔을 단 숨에 털어 넣었다고 가정하면 알콜 농도는 0.06%선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대리운전자들의 17%는 맥주 ‘딱 한 잔’을 마시는 선에서 술자리를 마감했다는 얘기다. 술좌석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하더라도 두 시간 동안 세 잔을 넘기지 말아야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혈중 알콜 농도가 0.05% 이상으로 나타난 대리운전자 18%의 산술 평균치는 법정한계치를 웃도는 0.09%였다.
이번 보고서의 주 작성자인 플로리다대학 건강교육학과 부교수 아담 배리는 “대리운전자들은 알아서 음주를 자제할 것이라 예상하고 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대리운전자는 술꾼들이 호출하는 상업용 운전기사가 아니라 꼭지가 돌아버린 ‘친구’들의 배달임무를 맡은 비영리 기사다.
이처럼 대리운전자로 지명된 경우 술좌석에서 술을 입에 대지 말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법정한계치인 0.08% 아래에 머무는 선까지는 음주를 허용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일반적인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아담 배리와 함께 조사에 참여한 연구원들 가운데 일부는 혈중 알콜 농도가 0.02% 정도만 돼도 운전능력이 떨어지고 0.05%에 이르면 상당한 운전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리운전자라면 술을 단 한 잔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리운전자는 정기 드라이버보다 훨씬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서너 명의 탑승자들을 태운 차안의 풍경을 떠올려 보라. 아마도 그리 소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음악이 흐르고 셀폰 대화가 오갈 것이다.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인은 고작해야 이 정도일 터이다.
반면 꼭지가 돌아버린 서너 명의 술꾼들이 들어찬 차안의 풍경은 십중팔구 이보다 소란스럽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탑승자들은 덩지 큰 아이들처럼 소란을 피울 것이다.
취한 자는 우레 같은 목소리로 참새처럼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술로 꽉 채워진 사람들은 절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운전자는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운전자의 주의가 분산되면 사고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조사 대상자의 73%는 백인 남성이었고 중간 연령은 28세였다.
연구원들은 소형 음주측정기로 조사에 응한 대리운전자들의 체내 알콜 농도를 일일이 측정했지만 결과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배리는 “조사 결과 드러난 또 하나의 우려스런 점은 술꾼들이 술판이 끝날 무렵에서야 비로소 대리운전자를 지정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리 대리운전자를 지정한 후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연히 그날 술좌석에서 가장 말짱한 친구가 총대를 메게 된다. 위험한 선택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