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 삶과 생각
나는 그동안 참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기 않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안경 쇼나 세미나에 부지런히 참석하다 보니, 자연히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된 것이다.
물론 행사에 참석하여 공부하는 일이 우선인 여행이지만,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여행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극을 받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에는 잘 아는 분이 살고 계시기도 했고, 무엇보다 말이 잘 통하고 익숙한 분위기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주 가게 된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것은 전통의 무게요, 부러운 것은 장인정신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일본에는 몇 백년에 걸쳐 대를 이어오는 노포(老鋪)들이 많다. 작은 우동가게나 스시 집에서부터 제법 큰 공장까지 각 분야의 노포들이 적지 않다.
그런 가게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연륜의 아름다움은 정말 감동적이다. 아주 작고 허름한 가게인데, 자부심과 긍지로 가득한 장인정신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전통의 무게가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것은 곧 일본의 저력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새 것만을 정신없이 찾아다니는 현대인들은 전통의 소중함을 전혀 모른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 나쁜 것,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하찮게 여긴다. 그래서 오로지 ‘새 것’만을 부르짖는다. ‘발효’와 ‘부패’의 차이도 모르고, ‘고물’과 ‘골동품’의 차이도 모른다. 서글픈 일이다.
세상에 제 아무리 새로운 물건도 역사와 전통의 바탕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그 전통을 유지하는 뿌리가 바로 철저한 장인정신이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며 구석구석까지 철저하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한 자세… 영어의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낱말보다는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일본에서는 장인이라는 말보다 직인(職人)이라는 말을 주로 쓰는데, 고집스럽게 전통을 이어가는 철두철미함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그런 직인들의 장인정신과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만한 대접을 해준다. 또 그런 철저한 장인정신은 현대의 첨단과학에서도 유효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처럼 작은 나라가 세계와 당당히 겨루는 힘은 바로 그런 데서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우리의 조국은 어떤가? 복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남대문의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벗겨지는가 하면, 석굴암 곳곳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데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한국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서글퍼진다.
조상님들이 거뜬하게 해낸 일을 첨단과학을 자랑하는 오늘날 왜 못하는 것일까.
나는 우리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긍지를 가지고 작은 구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장인정신… 무엇을 만들거나 팔거나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미국 주류사회에 파고들 때도,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때도 저력은 철저한 장인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장인정신이란 곧 자기 일에 대한 사랑이요, 긍지이며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슴없이 대물림을 할 수 있는 것이고, 후손들도 자랑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에도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노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대로 한인사회에도 since 19--라는 문구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비즈니스가 많아지고 있고, 대물림을 하는 사업체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큰 복을 받은 사람이다. 아들과 손녀가 내 뒤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고 있으니 정말 큰 복이다.
자랑스럽다. 긴 말 할 것 없이, 나 자신부터 부끄러움 없는 멋진 장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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