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리라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버렸으나
어찌 슬퍼하며 서러워만 할 것인가
이미 지난 일은 슬퍼해야 소용없는 일인 것을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그리 멀리 온 것은 아니다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임을 알았도다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 가는구나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냐 물어보니
새벽빛이 희미한 것이 한스럽도다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여
기쁜 마음에 황급히 뛰어가니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어린 것들 대문에서 손 흔들어 맞이한다
뜰 안의 세 갈래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여
어린놈 손잡고 방에 들어오니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술 단지 끌어당겨 스스로 따라 마시며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누나
- 도연명 (365-427) ‘귀거래사’ 부분
쌀 다섯 말에 허리를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라는 말과 함께 전원으로 돌아갔던 경골(硬骨) 도연명의 시 ‘귀거래사’의 첫 부분이다. 낙향 이후 그는 정치적으로는 은둔생활을 했지만 시인 화가들과 뜻을 나누며 많은 창작활동을 했다. 그러니 그것은 은둔이 아니라 더욱 열린 자유로운 삶이라 할 수 있다. 기계문명의 노예라 해도 과언이 아닐 현대인의 고달픈 귓전에 ‘자, 돌아가자..’ 첫 구절이 맴도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다.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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