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소설가가 쓴 하와이 이주 ‘조선 여성 일대기’
미국 작가 앨런 브렌너트가 200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사진신부 진이’(원제: Honolulu)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문학수첩에서 출판한 이 소설은 바다 건너 외국 작가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소설의 중심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과는 시대와 나라가 다른 1900년대 초반 아시아 출신 하와이 이민자들의 삶을 정교한 역사책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주인공은 한국인 여성 ‘진이’다.
구한말인 1897년에 태어난 진이의 원래 이름은 ‘섭섭이’. ‘고추’가 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막 지은 이름이다.글도 배워선 안 되고 장옷을 둘러쓰지 않고는 외출조차 못하는 등 자유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완전히 빼앗긴 채 그녀는 새장 속의 새처럼 살아가던 진이가 탈출구로 하와이 ‘사진신부’의 길을 택한다.
하와이로 가면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중매쟁이의 말에 끌려 하와이에 도착한 그녀는 전혀 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음주와 도박을 일삼고 툭하면 주먹을 휘둘른 남편의 폭력으로 배 속의 아이까지 잃게 되자 그녀는 호놀룰루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그녀는 선량한 매춘부 메이의 도움을 받아 사창가인 이빌레이에서 매춘부들의 옷을 수선해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전까지의 진이의 삶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근대 한국의 역사를 대변한다면 이때부터 진이의 삶은 호놀룰루의 역사와 겹쳐진다. 작가는 그녀가 이곳에서 독립적이며 진취적인 여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서사의 한 축으로 삼는다.이어 192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던 하와이의 풍경, 1928년 어린이 유괴사건, 1932년 백인 여성 집단 성폭행 사건 등 하와이를 떠들썩하게 했던 굵직한 사건들을 또 하나의 축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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