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검사는 겉보기에 화려할지 몰라도 피곤한 직업이다. 매일 상대하는 것이 범죄 피의자인 것도 그렇고 밤샘 수사로 밤 12시를 넘기는 것이 다반사다. 거기다 한 곳에 오래 머물 경우 동네 유지들과 유착할 것을 우려해 계속 뺑뺑이를 돌린다. 보통 지방 3년, 서울 3년 근무를 교대로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 교육 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은 서울에 있고 혼자 지방에 간다. 지방에 내려가 있는 동안 각종 이권과 관련된 브로커와 업자들의 끊임없는 로비에 시달려야 하는데 가족 없이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 이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면 관대한 한국의 성 접대 문화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한 때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채동욱도 그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 그가 술집 마담과 사이에 혼외자를 낳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사표를 낸 후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 때만 해도 그를 두둔하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는” 채동욱을 청와대가 정치적 이유로 내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은 부랴부랴 미국으로 빠져 나갔고 채동욱은 곧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했다. 그 후 임모씨의 산부인과 기록, 채모군의 초등학교 학적부, 채동욱의 ‘XX 아빠’라는 자필 연하장, 채동욱과 임모씨, 채군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 그리고 채모군이 채동욱의 자식이 맞다는 가정부 증언 등이 잇따라 나왔다.
검찰은 7일 채군이 채동욱의 혼외자가 맞다고 결론짓고 가정부를 협박해 채무를 면제받고, 채 전 총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건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임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이와 함께 수십억원대 삼성 계열사의 돈을 빼돌린 혐의로 채동욱의 고교 동창 이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빼돌린 돈 가운데 2억을 채군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검찰은 횡령 자금 일부가 채동욱 측에 전달된 데 대해선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씨는 채동욱의 동창이라고는 하나 학교 졸업 후 20년 동안 교류가 없던 사람이다. 이런 인물이 채동욱 혼외자에게 아무 이유 없이 돈을 줬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의혹을 단번에 씻어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임모 여인이 자식의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임씨가 채동욱에게 쓴 이메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임씨는 “아이를… 약점 삼아 저를 인간이하로 취급하시고 비겁함의 끝을 보여주는 당신이 내 아이의 아빠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당신은… 다만 부도덕하며 파렴치한 인간일 뿐입니다… 신들이 당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나 또한 부정하고 나쁜 여자입니다”라고 적었다. 채동욱은 쉽게 용서받을 것 같지 않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보통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끝은 대체로 거짓말과 배신, 망신과 몰락일 뿐이다. 채동욱 에피소드는 클린턴과 슈워제네거의 전례를 보고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남성들에 대한 또 하나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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