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MA17 격추사건이 지니는 기현상이 있다. 서방국과 우크라이나는 여객기 격추가 반군과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와 반군은 절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현상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 시켰나? 23일 현재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주장이 정반대라 누구의 책임인지 헷갈린다. 러시아군의 주요간부인 안드레이 카르타포로프 중장은 기자회견에서 “사고 직전 우크라이나의 SU-25 전투기가 MA17에서 1.9마일 떨어진 곳에서 비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왜 우크라이나의 공군기가 민간 항공기 항로를 비행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며 MA17 기는 우크라이나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기자회견 내용을 러시아의 국방차관이 “그것은 사실”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포로센코 대통령이 다음날 CNN의 여기자 아만푸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그같은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며 우크라이나 전투기는 당시 MA17 기 근처에 간 적도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니면 러시아 국방차관 두 사람 중에 한사람이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 말을 믿을 것인가.
도네츠크 정부(친 러시아 반군정부)의 보로다이 총리는 엊그제 CNN의 민완기자 쿠오모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그럴 능력도 없다.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다. 여객기가 격추되면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반군 정부라 하지만 수상의 위치에 있다는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날리바이첸코 국가안보국장은 “동부 반군은 부크 미사일과 같은 정교한 무기를 다룰 능력이 없다. 이들 반군을 지원하러 나온 러시아 부크 대원들이 직접 미사일을 조작했고 버튼을 눌렀다. 그들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뚜렷한 증거를 우리는 갖고 있다. 러시아 부크 대원들은 여객기가 격추되자 증거를 감추기 위해 재빨리 부크 미사일을 러시아영토로 옮겼다”며 MA17 격추는 러시아인들이 저지른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는 반군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부크 미사일을 운영할 능력이 없으며 러시아의 도움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고 말한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런데 어제 러시아 TV(RT)에서 일하던 영국출신 여기자가 러시아 TV의 MA17 기를 둘러싼 황당한 거짓말 보도에 격분해 사표를 내고 영국에 돌아와 기자회견을 했다. 사라 버스라는 이 여기자는 러시아 TV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어떤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러시아식 거짓말은 사실에 어느 정도 접근하면서 결정적인 부분에 가서는 진실을 흐린다는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섞어 그럴듯하게 거짓말하는 재주를 가진 사람을 능력 있는 기자로 인정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MA17 기는 격추되어 298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 격추시킨 당사자가 없다. 정말 괴이한 사건이다. 러시아와 반군이 끝까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우기면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1983년 러시아 전투기가 KAL 007 여객기를 스파이기로 몰아 떨어트렸지만 러시아는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고 아무런 변상도 없다. 러시아식 거짓말이 얼마나 황당하며 푸틴이 이런 거짓말을 어떻게 장려하고 있는 가를 이번에 세계가 단결하여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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