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 취재]카지노 버스로 내몰리는 한인 노숙 노인들
▶ <상>카지노 버스=생계터전
31일 한 아시안 남성이 플러싱 루즈벨트 애비뉴 인근에 정차해 있는 카지노 버스에 오르고 있다. <사진-천지훈 기자>
45달러짜리 ‘게임머니’ 되팔아 용돈 마련
한인사회 차원 생활대책 마련 시급
펜실베니아 샌즈(Sands) 카지노를 떠나 밤새 달려온 버스가 퀸즈 플러싱에 도착한 30일 이른 오전 시각.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탑승객 사이로 80대 한인노인 장정수(가명) 할아버지가 손에 20달러 지폐를 쥔 채 힘없이 내리고 있었다. 이 돈은 카지노 버스에 오르는 조건으로 지급되는 45달러짜리 ‘게임머니’(Voucher)를 38달러에 되팔아, 버스비 15달러·버스기사 팁 3달러를 건네고 남은 돈이다.
버스에서 내린 장 할아버지는 곧바로 7번 전철에 올라 윌렛포인트-메츠구장 역으로 향했다. 화장실이 비교적 큰 이곳에서 간단한 세수와 빨래를 마친 뒤, 다시 플러싱으로 돌아온 장 할아버지는 중국계 식품점에서 점심으로 먹을 과일 몇 가지를 골랐다. 해가 떨어지면 장 할아버지는 또 카지노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한다. 집이 없는 노숙자 신세인 장 할아버지에겐 카지노 버스가 유일한 잠자리이자, 돈을 벌 수 있는 생계터전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한국에서 자가용을 몇 대씩 굴렸다고 자랑을 하던 이영춘(70·가명) 할아버지 역시 수개월 전부터 매일 밤마다 카지노 버스에 오른다. 얼마 전에는 일흔 번째 생일을 카지노 버스에서 맞았다. 노숙자로 맞는 칠순은 썩 달갑지 않았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가 카지노 버스에 오르는 이유 역시 도박 때문은 아니다. 다만 먹고 살기 위해서다. 노숙 노인들의 지루한 쳇바퀴는 그렇게 돌고, 또 돌아가고 있었다.
퀸즈 플러싱 한인들의 도박을 방조한다는 이유로 한동안 시끄럽던 카지노 버스<본보 2012년 7월16일자 A1면>가 이제는 한인 노숙 노인들의 생계를 위한 탈출구가 되고 있다. 카지노 버스는 추위와 더위를 피해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게임머니 재판매로 돈벌이까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집 없이 떠도는 한인 노인들의 탑승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플러싱 일대에는 펜실베니아와 커네티컷, 뉴저지 등지를 왕복하는 카지노 버스 30대가 매일 운행되고 있다. 평범한 카지노 출입객들이 대부분 이용하고 있지만, 한인 노숙인들도 30~50명가량 정기적으로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숙자 셸터를 운영 중인 나눔의 집 박성원 목사는 이 문제와 관련 “퀸즈 플러싱 일원에 카지노행 버스 운행이 많아지면서 카지노행 버스에 몸을 싣는 노숙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잠자리나 음식 제공을 넘어, 이들 노숙 노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김광석 회장 역시 “카지노 버스에 탑승하면 작은 돈이라도 벌 수 있기 때문에 대책없이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들 노인분들의 생활대책을 마련해 주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인사회가 나서서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함지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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