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드레드-푸트 여행 (The Hundred-Foot Journey)) ★★★(5개 만점)
▶ 인도 출신 옴 푸리, 헬렌 미렌 명콤비로
마담 말로리(헬렌 미렌)가 하산(마니쉬 다얄)에게 요리법을 시범하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셰프’와 앙리 감독의 ‘맨 우먼 이트 드링크’ 및 ‘바벳의 잔치’ 같은 영화들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에 관한 영화로 상은 잘 차려 놓았는데 막상 먹을 것이 없다. 우선 음식영화로선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
음식에 관한 영화이자 프랑스와 인도의 문화 차이를 다룬 드라메디로 당분이 많은 알록달록한 랄리팝을 빨아 먹는 기분이 나는데 랄리팝에 무슨 자양분이 있겠는가. 이만 상하지. 나이 든 관객을 겨냥한 무해하게 편안하고 온건한 작품으로 얘기가 어떻게 나아갈지 빤히 들여다보이는데다가 극적 높낮이나 갈등을 비롯해 사실성이 부족해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어디 한 군데를 딱 집어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전반적으로 보기 좋고 그럴싸하게 만든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베테런 헬렌 미렌과 인도의 명우 옴 푸리의 자태와 연기 그리고 콤비네이션이다. 너무 크게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즐길 만은 하다.
아내를 잃고 20대의 아들 하산(마니쉬 다얄)과 두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이민 온 카담 일가의 무뚝뚝한 가장 파파(푸리)는 곧 이어 고물차를 이끌고 프랑스로 이주한다. 남불의 한 작은 마을 입구에서 차가 고장이 나는데 이를 도와주는 여자가 동네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마음 착하고 예쁜 처녀 마게리트(샬롯 르 봉). 마게리트가 누구와 연애하게 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그림처럼 아름다운 동네에 정착키로 한 파파는 낡아빠진 집을 사 인도 식당 ‘메종 뭄바이’로 개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식당이 고집 세고 독불장군식인 마담 말로리가 경영하는 고급 프랑스 식당 바로 길 건너편에 있다는 점(두 식당 간의 거리가 100푸트).
이어 두 식당의 두 고집쟁이 주인 간에 설전 및 성질 대결과 함께 프랑스 대 인도 식당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인종차별 사태도 발생하지만 이런 갈등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묘사돼 맥 빠진다. 여기다 마담 말로리와 파파 간의 은근짜 로맨스까지 조성, 영화가 온통 행복한 분위기로 기득하다.
식당의 등급을 매기는 미슐린으로 부터 별 하나를 받은 말로리의 꿈은 별 두 개를 받는 것(별 세 개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그래서 말로리는 음식 조리에 뛰어난 솜씨를 지닌 하산을 자기 품 안에 받아들인다.
본래는 마음이 착한 말로리는 하산을 고용해 별 두 개를 받는 것과 동시에 이로써 젊은 하산을 파리 요리계에 진출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어 하산과 마게리트 간에 요리를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지만 이 것 역시 맹물 처리됐다. 그리고 하산 덕분에 말로리의 식당은 미슐린으로부터 별 두 개를 받고 하산은 파리로 진출한다. 과연 얘기는 여기서 끝날 것인가.
남불의 작은 마을에서 현지 촬영한 영상미가 꼭 그림엽서처럼 곱고 음악도 분위기에 맞게 달콤하다. 감독은 스웨덴 태생의 라세 할스트롬인데 그는 처음의 솜씨를 잃고 갈수록 할리웃화 하고 있다.
PG. DreamWorks. 전지역.
<박흥진의영화 이야기>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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