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 내리는 밤이면 호롱불 켜진 호야네 말집이 생각난다. 다가가 반지르르한 등을 쓰다듬으며 그 선량한 눈을 내리깔고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던 검은 말과 “얘들아, 우리 호야내 말 좀 그만 만져라!”하며 흙벽으로 난 방문을 열고 막써래기 담뱃대를 댓돌 위에 탁탁 털던턱수염이 좋던 호야네 아버지도 생각난다. 날이 밝으며 호야네 말은 그아버지와 함께 장작짐을 가득 싣고 시내로 가야 한다. 아스팔트 위에 바지런한 발굽 소리를 따각 따각 찍으며
-이시영 (1949- ) ‘호야네 말’ 전문
사라진 지 오랜 풍경이다. 호롱불 켜진 말집, 흙벽에 난 방문, 막써래기 담뱃대 같은 시어들이 백석의 시를 생각나게 한다. 등은 반지르르하고 눈은 선량하고 발굽 소리는 바지런했던 호야네 말은 소년들의 친구이기도 하고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을 깨우는 존재이기도 했을 것이다. 장작을 싣고 아스팔트를 길을 따라 따각 따각 시내를 다녀오곤 했으니까. 빗속의 불빛을 따라 잠시 정겨운 옛 풍경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