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 그리고 엄마이자 아내. 다양한 타이틀을 가져온 힐러리 클린턴이 새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할머니’이다. 외동딸 첼시 클린턴 메즈빈스키(34)가 지난 27일 딸 샬롯을 낳음으로써 클린턴 부부는 드디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빌 클린턴은 지난 8월 68세가 되었고 힐러리는 10월 하순에 67세가 된다. 첫 손주 보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인 만큼 클린턴 부부의 기쁨은 대단하다. 20년 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바람둥이 빌은 세월 따라 사라지고 이제 백발의 외할아버지는 아기를 바라보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외할머니 힐러리는 손녀에게 읽어줄 첫 그림책으로 ‘굿나이트 문(Goodnight Moon)’을 이미 골라 놓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민들 역시 첼시가 백악관 생활을 시작한 12살 때부터 성장과정을 지켜보아온 만큼 그의 출산 소식에 같이 기뻐하는 분위기이다.
전직 대통령 집안의 경사이니 미디어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자연스런 일.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관심의 정도가 좀 요란스럽다. 힐러리가 2016년 대선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과 ‘할머니’로서의 역할을 연계시키는 성급한 분석들 때문이다.
주로 공화당 쪽 분석은 힐러리의 출마에 회의적이다. 우선 ‘할머니’라는 이미지와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최고 사령관의 이미지는 도무지 맞지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갓 태어난 손녀와 알콩달콩 지낼 수 있는 행복한 길을 놔두고 설마 힐러리가 피 말리는 선거 캠페인의 길을 택하겠느냐는 주장도 곁들여 진다. 손녀까지 보았으면 할머니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일이지 ‘웬 정치 욕심?’ 하는 힐난이 다분히 섞여있다.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출마했을 때 힐러리는 이중 잣대라는 장애물을 넘느라 무진 애를 썼다. 힐러리가 똑 부러지게 똑똑하고 업무 능력 탁월하며 정치적 야심 큰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 남성 후보에게는 장점인 이런 특성이 그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똑똑한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 힐러리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감 1호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손녀가 태어나자 이중 잣대가 다시 등장했다. ‘할아버지’ 대통령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할머니’ 대통령은 곤란하다는 식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대략 85%는 ‘할아버지’였고,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미트 롬니만해도 18명의 손주들을 캠페인 중 자랑스럽게 소개하곤 했다. 남성 후보가 ‘할아버지’이면 가정을 중시하는 인간적 면모가 되고, ‘할머니’가 후보로 나설 것 같자 “집에서 아기 기저귀나 갈 일이지…” 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
힐러리는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가 출마한다면 ‘할머니’ 이미지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워낙 능력과 냉정함만 돋보이는 여성이기 때문에 할머니로서의 모습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미국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최초의 할머니 대통령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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