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월드라는 일본 TV방송이 며칠 전 브라질의 경제상황에 관해 보도했다. 뉴스는 산동네에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은 무허가 건물들을 짓고 생활하는 빈민층과 함께 텅텅 빈 채 축구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월드컵 경기장을 같이 보여줬다. 수억달러나 들여 지은 월드컵 경기장은 대회 후 거의 쓸모없는 시설로 전락하고 정작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빈민들은 이를 받지 못해 최악의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대비시키려는 의도 같았다.
브라질의 상황은 별로 낯선 스토리가 아니다. 최근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과연 주최국에 안겨주는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에 관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브라질 정부가 평소 프로축구 경기에 2,000명가량 관중밖에 들지 않는 아마존 열대림 지역에 3억달러나 들여 월드컵 경기장을 지은 사례를 들며 이런 비판에 가세했다.
흔히들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는 국가들의 설명은 이런 행사를 치르면 국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비즈니스 거래가 늘어나며 관광객도 증가해 국가경제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논리의 근거가 약하다는 데 점차 많은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경제효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데 따른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빅 이벤트에 들어가는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경제효과에 대한 의문은 한층 더 커진다.
초대형 스포츠 행사에 대한 비판이 더욱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최근 한국의 인천에서 치러진 아시안 게임 때문이다. 인천시는 이 대회를 위해 17개 경기장을 새로 짓는 등 총 1조2,8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 대가로 인천시는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다. 그런데도 대회에 대한 평가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그러니 3년 반 후 치러지게 될 평창 동계올림픽이 걱정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당초 한국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 직접적인 경제효과 21조원에 간접효과 43조원 등 60조원이 훨씬 넘는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한껏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러나 이제 이런 허풍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천 아시안 게임 학습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이왕 개최키로 한 것인 만큼 일단 평창 동계 올림픽을 잘 치러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성공적 올림픽을 위한 가장 큰 전제는 비용효율성이다. 허황된 경제효과에 현혹돼 빚을 얻어 마구 써대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국제대회가 막대한 경제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신화는 깨지고 있다. 이런 대회가 아주 짧은 기간 국민들을 행복하게는 해 줄지 몰라도 거기에는 오랜 고통이 따른다. 이제 한국도 빅 이벤트 유치에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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