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는 대륙의 눈바람은
겨울 혼자 견디게 하고
플로리다 중부지방 한 시골마을로 내려와서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커피먹을 들고 오랜지밭 사이로 뚫린 시골길을
오래 걷고 싶다는 생각으로 잠이 드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산책길에서
오랜지밭 주인이 기르는 말 한 마리를
철조망 사이에 두고 만난 것이다
내가 이마를 쓰다듬을 때
그녀는 내 커피먹에 혀를 갔다댔고, 나는 뚜껑을 열고
남은 커피를 다 먹게 했던 것이다
그 다음 날 아침에도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나는 월맡에 들러 아가리가 넓은 커피먹을 장만했고
젊은 연인들이 서로의 눈매를 바라보며
스타벅스 커피샵에서 커피를 나눠 마시는
그 장면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깊은 우물 같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아침마다 커피를 나눠마신다는
좀 들뜬 생각으로 잠이 드는 것이었다
이창윤(1940- ) ‘당신의 말은 이제 커피를 좋아합니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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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말의 교감이 잔잔한 연애처럼 그려져 있다. 우물처럼 깊은 눈을 가진 말을 시인은 그녀라 부르고 있다. 그녀를 위해 시인은 커다란 커피머그잔을 사고 그녀와 커피를 나눠 마실 아침을 꿈꾸며 잠이 든다. 이 평화로운 목가적 교감 속에서 그녀도 시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을까. 달콤한 오렌지꽃 향기흐르는 아침, 한 잔의 커피를 들고 오렌지밭 사이의 길을 오래 오래 걷고 싶어진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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