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년 여성 환자가 남편과 함께 본원으로 내원했다.
환자를 진찰하기에 앞서 환자의 남편이 먼저 만나기를 청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내의 우울증은 2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여러 병원들을 거처 수없이 많은 약물요법을 시행했지만 크게 차도를 보지 못했다면서 가족 모두 받는 길고 힘든 시간들에 대해 설명했다. 환자가족과의 상담을 통해 가족 모두 환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 앉았을 때에는 환자는 이미 지쳐 있어 의례적으로 질문에만 대답할 뿐, 그 어떤 이야기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필자는 조금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환자가 개인의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었고, 환자는 점차 대화에 활기를 더해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이 환자는 폐경기가 찾아올 무렵 이유 없이 찾아오는 슬픈 감정, 의욕 저하, 피로감, 기억력 저하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 이유를 몰라 혼자 끙끙 앓기만 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면증으로 밤을 새는 날들이 많아지니, 어느덧 생활의 활기도 잃어 심각한 우울증으로 일상적인 생활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환자는 주기적으로 몸의 호르몬 밸런스를 안정화하는 침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증상이 조금씩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근 한국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우울증 환자를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 여성 진료인원이 전체 진료인원의 53.5%를 차지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 진료인원이 남성보다 매년 약 2.2배정도 더 많았다.
이처럼 여성 우울증 환자가 많은 원인은 여성이 임신, 분만, 폐경기를 겪는 과정에서 호르몬 변화로 쉽게 우울증에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 탓에 여성은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갱년기 우울증은 폐경기를 전후하여 여성의 난포호르몬이 급격하게 하락하는데, 난포호르몬의 감소는 심장의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고 또한 뇌의 스트레스 호르몬들을 활성화시킨다. 이러한 내분비계의 변화는 대뇌의 전두엽과 기저핵에 산재된 신경세포군을 손상시켜 우울증상과 기억력 저하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폐경기 우울증은 상실감 등의 심리적인 원인으로 단순하게 여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을 통한 체계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한의학에서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증대하면서 자연적으로 인체가 호르몬 체계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치료를 한다. 한방에서의 침치료와 약물치료는 울체된 기혈을 풀어주고, 각종 자율신경의 이상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신체의 활력을 주는 치료에 집중한다.
우울증을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여유를 가지고 일상생활에 적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괴로운 마음을 피하기 위해 술이나 약물과용을 피하고 걷기, 조깅, 자전거, 수영 등 과격하지 않은 유산소운동과 골다공증의 예방을 위해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매일 신선한 채소, 과일과 충분한 물을 마시는 등 수분 섭취도 필수적이다.
가정에서는 갱년기가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인식하고, 배우자와 자녀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지를 통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문의 (323)67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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