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이제 남아있는 내가 별로 없다
어느새 어둑한 헛간 같이 되어서
산그늘 옛집에 살던 때 일이나
살이 패이도록 외롭지 않으면
어머니를 불러본지도 오래 되었다
저녁 내 외양간에 불을 켜놓고
송아지 나올 때를 기다리거나
새벽차를 타고
영을 넘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거의 새 것이다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닌
나는 저 산천의 아들 혹은
강가에 모래 부려놓고
집으로 가는 물처럼
노래하는 사람
나에게는 지금 내가 아는 내가 별로 없다
-후략
/ 이상국(1946- )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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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문뜩 돌아보면 자신의 모습이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영혼의 고향에서 멀리 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의 모습도 낯설고 에워싼 환경도 낯설다. 영혼은 아직도 고향에 있고 가슴은 자연 속에 있는데 몸은 현실 속에서 어둑한 헛간처럼 낡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울하다. 어찌 해볼 방법이 없다. 다만 이 진솔한 해후를 통해 자아와의 화해를 도모해 보는 수밖에.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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