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수퍼스타 빌 크로스비(77)가 말년에 망신살이 뻗혔다. 코미디언에 배우 겸 제작자요, 사회운동가요, 저술가요, 교육학박사인 그에게 오래전 성폭행 당했다는 여자들이 부지기수다. 학생도, 배우도, 간호사도, 기자도 있다. 그는 사흘 전 템플대학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NBC는 그가 주연하는 새 TV 쇼를 제작해 내년 여름 방영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한국에선 인턴 여대생에 못된 짓을 한 서울대 교수가 나흘 전 구속됐다. 한국최고 명문대학의 현직교수가 성추행으로 구속된 건 처음이다. 전 국회의장이 골프장 캐디의 몸을 더듬었다가 망신당하기도 했다.
시애틀도 예외가 아니다. 번잡한 곳에서 여자의 엉덩이를 일부러 만지고는 떼밀려서 그랬다는 듯 시치미를 뗀 상습 치한이 체포됐다. 엊그제는 여성 환자를 진료 도중 겁탈한 브레머튼의 척추전문의가 체포됐다. 그에게 11명이나 당했단다. 얼마 전엔 한인의사도 똑같은 혐의로 체포됐었다.
요즘은 성폭행이 다반사다. 미국에선 특히 대학 캠퍼스가 주 무대다. 여학생 5명 중 한명이 재학 중 성폭행을 겪는다. ‘성폭행 경계의 달’(4월)까지 정해졌다. 연방 교육부는 캠퍼스 성범죄에 미지근하게 대처하는 55개 대학 명단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닷새 전 시애틀 P-I(온라인 신문)에 희한한 사진들이 떴다. 남녀노소 수십명이 나체로 숲길을 달리고, 장년남녀가 알몸으로 부둥켜안고 춤을 춘다. 둘러앉은 관중도 모두 나체다. 테니스도, 배구게임도 홀딱 벗고 벌인다. 나무그늘에 남녀가 떼 지어 맨몸으로 누워있는 장면도 있다. 치한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이 사진들은 시애틀지역의 한 누드촌에서 촬영됐다.
‘프래터니티 스노퀄미(FS)’라는 이름의 이 누드촌은 시애틀 근교 이사콰의 타이거 산자락에 있다고 했다. 이 산을 십수넌 간 100번 이상 올랐지만 거기 누드촌이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회원제지만 방문객도 입장료를 내면(옷을 벗는 조건으로) 받아준단다. 물론 성범죄 전과자로 등록된 사람은 입장불가다. 총기와 카메라도 일체 휴대할 수 없다고 했다.
P-I지의 조던 스테드 사진기자는 특별허가를 받아 지난여름부터 추수감사절까지 이곳에 머물며(물론 나체로) 다양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체 활보’ ‘비키니 일광욕자 출입금지’ 따위의 웃기는 도로 사인판도 있다. 간식과 음료를 파는 작은 편의점에 ‘누드스트롬’이라는 간판이 달렸다.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고급백화점 노드스트롬에서 딴 이름이다.
FS의 최고인기 이벤트는 5km 달리기와 음악축제다. ‘맨살 엉덩이 재미 경주’로 불리는 달리기엔 누드촌의 전 주민이 참여한다. 신발만 빼고 모두 나체다. 선글라스와 운동모자를 쓴 사람이 간혹 있고 걸어가는 노인들도 있다. 음악축제는 ‘누드스톡’으로 불린다. 역사적 ‘우드스톡 음악축제’(1969년 뉴욕주 우드스톡)에서 땄다. 청중도, 연주자들도 모두 나체다.
혹시 FS가 ‘Free Sex’의 약자인 줄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나체주의(누디즘)의 본질은 섹스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이성의 몸에서 성적 충동을 느끼기보다는 거칠 것 없는 인체 본연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에 매료된단다. 그래선지 사진 찍힌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멋쩍거나 쑥스러워 하는 기색이 없이 자연스럽다.
하긴, 첫 인간인 아담과 이브도 나체로 살다가 죄를 지은 후 옷을 입었다. 수의(囚衣)인 셈이다. 벌거벗고 사는 아프리카 토인사회에 성폭행이 만연한다는 말도 못 들었다. 빌 크로스비와 서울대 교수를 포함한 모든 성폭행자들을 교도소 대신 누드촌에 수용하고 누디즘의 본질을 깨치고 익히도록 하는 것이 성범죄 척결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