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 무전여행을 떠나니
비록 굶거나 잠자리가 불편할지나
시로서 사물을 보며
소설 같은 모험으로
수필 같은 일기를 쓰게 하소서
어느 곳에서든
시심으로 사물을 보고
소설 속의 주인공 돈키호테가 되려거든
그것이 자신의 삶인 양
한 편의 에세이로 마무리하게 하소서.
숲에 잠자고 논둑에서 샛밥을 청하다
한 여인이 그립다면
그땐 우체국으로 가
엽서 위에 시를 쓰소서
단양 팔경의 배 위에 앉으니
이백이 부럽지 않으며
경산의 능금밭에서 능금을 따니
당신의 볼이 생각난다며…
/ 김순진(1961- ) ‘무전여행에 부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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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여행은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요즘처럼 불신과 범죄가 범람하는 시대에 결코 안전하지 않은 여행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떠나본 이들에 의하면 세상에 인정은 아직 남아있다. 위험과 고독 속에서 삶을 새로 발견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래서 우리는 꿈꾼다, 걸인처럼 세상을 누비면서 수필 같은 일기를 써보는 아주 오래된 방식의 불편한 여행을.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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