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앙골라의 루안다로 가던 모잠비크 항공 소속 TM 470을 몰던 에르미니오 도스 산토스 페르난데스는 동료 조종사가 화장실을 간 사이 조종실 문을 잠그고 비행기를 추락시켜 자신을 포함 33명 탑승자 전원을 사망케 했다.

1999년 10월 31일에는 이집트 항공 소속 990 편을 몰던 부기장 가멜 알 부투티가 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역시 문을 잠그고 비행기를 낸터킷 인근 대서양에 추락시켜 탑승자 217명 전원을 죽게 했다.

2015년 3월 24일 바르셀로나에서 뒤셀도르프로 가던 저먼윙스 항공 소속 9525편을 몰던 조종사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문을 잠그고 비행기를 알프스 산에 추락시켜 자신을 포함 탑승자 150명 전원을 사망케 했다. 이렇게 보면 조종사가 동료 조종사만 놔두고 화장실에 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이번 저먼윙스 항공기 추락 원인이 우울증에 시달리던 조종사의 자살로 굳어지면서 앞으로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느냐를 놓고 조종석 옆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부터 조종사 전원에게 정기적으로 정신 건강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것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중 정신 건강 테스트 정례화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극소수에 불과한 정신 질환자를 가려내자고 수 만 명에 달하는 조종사를 모두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게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당사자가 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이를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밀로 돼 있는 정신과 의사 방문 기록을 공개토록 하는 것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얘기다. 이 사실이 알려져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아예 도움을 포기하면 정신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항로 이탈 등 이상 징후를 보일 때 관제탑에서 원격 조정하는 장치를 달자는 얘기도 있으나 이 또한 현실성이 희박하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관제탑에서 정확히 알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 시스템이 테러 조직에 해킹 당하면 어떤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조종석에는 늘 두 명의 조종사가 있도록 의무화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9.11 이후 이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 항공 안전청은 저먼윙스 사건 이후 항공기 운항 내내 조종실에 두 명의 승무원이 함께 있도록 권고했다.

이번 사건은 저먼윙스의 모회사인 루프트한자가 루비츠의 자살 충동 성향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는 이미 3억 달러를 피해자 배상금으로 책정해 놓고 있는데 루프트한자 측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배상액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루비츠의 자살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의 고향인 라인 강변의 작은 마을 몬타바우르는 초상집 분위기다. 그가 비행을 처음 배웠던 이곳 글라이더 학교 측은 협박 메시지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를 알던 마을 사람들은 한때 쾌활하고 유능한 조종사였던 그가 어째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객기를 몰다 자살한 조종사는 지난 40년간 9명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수천만대의 비행기가 날아다닌 점을 감안하면 자살하는 조종사가 모는 비행기를 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단 한 건도 당한 사람과 유가족에게는 너무 많은 숫자다. 조종사 혼자 조종간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