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인근의 한인타운인 애난데일에서 한인 할머니가 운전 중 사고를 냈다. 지난 12일 오후 한 할머니가 운전하던 렉서스가 도로를 벗어나 제과점 안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마침 일요일이던 그날, 예배를 마치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교우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변을 당하고 말았다. 운전자를 포함 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제과점 안에 떡하니 들어앉은 자동차 주변의 시설들은 엉망으로 부셔졌다. 노인이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가속페달을 밟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고가 나면 으레 터져 나오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핀잔이다. “노인이 되면 알아서 운전대를 놓으실 일이지 …” “어리 버리하며 민폐 끼치지 말고 집안에 가만 계실 일이지…” 등.
“어느 나이까지 운전을 하는 게 적당한가” “노년층의 운전을 언제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노인인구가 날로 늘어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물론 가족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되곤 한다.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년층은 2012년 기준 4,310만명. 오는 2050년이면 거의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 운전자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말, 위와 같은 사고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이 된다.
사실 전체 교통사고 중에서 노인 운전자들의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노인들은 운전거리가 많지 않은 데다 주로 대낮에, 잘 아는 길을,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칠 경우 노인 운전자는 젊은 층에 비해 부상위험이 높고, 주행거리 당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위험은 70~74세가 되면서 현격하게 높아진다.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떨어지고 반응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선뜻 자동차 열쇠를 내어놓으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노인들은 “내 나이가 어때서…” 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운전을 하고 싶어한다. 대중 교통수단이 거의 없는 미국에서 운전은 삶의 질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두번 접촉사고라도 나고 나면 자녀들은 불안해진다.
40대 후반의 한 회사원은 “아버지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80 즈음인 그의 아버지가 툭하면 접촉사고를 내서 보험처리며 자동차 수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 “친구 분들과 술을 드시고도 운전을 하시니 조마조마하다”는 것이다.
한편 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운전 포기는 사회생활의 끝,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집안에 갇혀서 감옥살이를 해야 하니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운전을 못 하게 되면 외부접촉 기회가 사라지면서 심한 고독감에 빠지고, 우울증으로 건강이 나빠질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노인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노인들의 안전운전을 어떻게 보장할 지가 사회적 숙제이다. 노인들이 계속 운전대를 잡는 것도, 운전대를 놓는 것도 문제가 있으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