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은 충남 서산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술집 여자를 새 어머니로 데려오는 바람에 성완종의 친모는 하루아침에 쫓겨났다. 성완종도 계모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무일푼으로 서울로 상경해 휴지 줍기부터 온갖 막노동 중 안 해 본 것이 없다. 그러다 19살 때 어머니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단 돈 1,000원으로 화물 배달 회사를 차렸다. 그것이 발판이 돼 서산토건을 사들이고 나아가 대아건설과 경남기업을 인수하며 재벌의 반열에 오른다.
그러던 그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직을 맡으며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된다. 2012년에는 서산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의원 자격을 잃었다. 그가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사이 경남기업의 경영은 날로 악화됐으며 자본을 거의 다 까먹으며 법정관리로 넘어간다.
그 성완종이 지난 주 자살하며 남긴 ‘성완종 리스트’가 지금 한국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 리스트에 나온 8명 중 7명이 전 현직 총리와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물이어서 박정권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이완구 총리는 같은 충남 출신으로 성완종과 23차례나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에게 돈 받은 사실이 있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정치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총리 인준을 받을 때부터 부동산 투기에다 병역 기피, 논문 표절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번 사건에 관련해서도 “2012년 선거 때 암 투병 중이라 지원 유세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유세하는 사진이 공개되는 등 신뢰를 잃을 대로 잃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새정치 연합도 웃고 있을 일만은 아니다. 성완종이 노무현 정권 시절 두 번이나 사면을 받은 사실과 노무현 대선 캠프에 3억 원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대선 자금 지원은 현행 정치자금법상 불법이지만 액수가 작아 그냥 넘어갔다. 그가 두 번 사면 받을 당시 현 새정치 대표인 문재인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이었다. 만약 사면과 정치 헌금 사이 대가성이 입증되면 그 역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도 수사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이 여당이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내고 탈당해 ‘국민모임’을 이끌고 있는 정동영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노무현 밑에서 통일부 장관을 맡았던 사람이다. 거기다 노무현 밑에서 법무장관을 지내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보선에 출마한 천정배도 “DJ라면 10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특검하자고 하셨을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역시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모양이다.
한국이든 어디든 정치를 하자면 돈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정치인에게 뭉칫돈을 줄 사람은 이해관계가 직결돼 있는 기업인밖에 없는데 한국 정치자금법은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이를 사실상 막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 ‘아무개 리스트’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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