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목젖의 떨림처럼 비가 내린다
텅 빈 교실에서 홍어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사물함에서 새어 나오는 실내화와 체육복의 냄새.
“비가 내리면 고속도로 휴게소로 가고 싶어요.
그곳에서 주룩주룩 마유주처럼 질척거리며
뽕짝 노래를 듣고 싶어요.”
우리 반 학생 중에 한 명이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러면서 윤태규의 ‘My Way’를 흥얼거렸다.
아주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볼 곳 없네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년가장이었다.
그 녀석에게서는 푹 삭은 홍어 냄새가 난다.
갑자기 텅 빈 교실의 칠판에 이런 문구를 써본다
“누가 신선한가?”
/ 장인수 (1968- ) ‘빗방울의 파닥임을 들으러 휴게소로 갈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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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홍어처럼 잘 삭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나이를 먹으면 마유주같은 비에 질척거리는 인생사 뒤안의 맛, 그 삭고 썩은 맛의 깊이를 누구나 조금씩은 알게 된다. 그러나 장인수 시인이 부모를 잃은 소년가장을 통해 드러내는 푹 삭은 홍어의 맛은 독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또 부끄럽게도 한다. 그래, 소년아, 살아있는 그 누구도 신선하지 않단다. 푹 삭은 인생의 맛을 일찍이 알아버린 너의 뼈아픈 ‘My Way’에 사랑과 성원을 보낸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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