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말 빌 클린턴 부부는 ‘드디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외동딸 첼시가 느지막하게 첫 아기를 낳음으로써 클린턴 부부는 68세, 67세에 처음으로 손녀 보는 재미를 누리게 되었다.
젊은 시절 섹스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바람둥이 빌도, 찬바람이 쌩 불듯 똑 부러지는 힐러리도 갓 태어난 샬롯 앞에서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손녀를 안고 너무 좋아서 만면에 웃음이 그득한 모습들이 보도되었다.
손녀 샬롯이 외할머니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샬롯이 없었다면 2016년 대선을 겨냥한 힐러리의 캠페인 방향은 좀 애매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힐러리는 이번 선거전에서 가능한 한 보통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번 연설하면 서민들 집 한 채 값을 강연료로 받는 클린턴 부부에게 보통사람들이 친근감을 갖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힐러리가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가 있으니 바로 ‘할머니’이다. 손녀가 없었다면 그런 이미지를 내세울 수 없었을 테니 샬롯의 공이 크다.
힐러리가 할머니가 된 지난해 가을 한바탕 공방이 없지 않았다. 힐러리가 손녀까지 보았으니 백악관 입성의 꿈은 접지 않을 까 하는 추측들이 나돌았다. 우선, 할머니 이미지와 국가 통치자의 이미지는 도무지 맞지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대부분이 ‘할아버지’였는데 ‘할머니’ 대통령은 어색하다니 - 성차별이자 이중 잣대라는 반격이 곧바로 이어졌다.
아울러 나온 것은 공화당 진영의 희망 사항. “(힐러리가) 손녀 보는 재미에 젖어서 이제 집안에 들어앉아 조용히 지내려 하지 않을까? 설마 그 피 말리는 선거전에 또 나서지는 않겠지. 할머니가 무슨 정치 욕심?” 하면서 힐러리 불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어 했다.
결과적으로 힐러리는 ‘할머니’에 무게를 두고 출마를 선언했다. 보톡스도 맞지 않고 주름 진 할머니 모습 그대로 나서서 정면승부를 한다는 전략이다. ‘여왕’에서 ‘할머니’로의 방향전환이다.
2007년 처음 대선 출마 때와 비교하면 힐러리의 이번 선거 전략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당시 힐러리는 자신만만 그 자체였다. 능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백악관 주인은 당연히 나’라는 태도였다. 출마를 발표한 2분 여 길이의 동영상에서 힐러리는 여왕 같이 당당한 모습으로 ‘나(I)’라는 단어를 32번이나 썼다. ‘우리(we)’라는 말은 딱 두 번 나왔다.
이번 출마 발표는 달랐다. 동영상에 다양한 배경의 보통사람들이 등장하고 자신은 나중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I’라는 단어를 겨우 5번 썼다. 보통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며 보통사람들의 삶을 할머니처럼 자상하게 보살피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그의 ‘변신’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먹힐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힐러리의 이번 전략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단순히 여성 대통령을 넘어 할머니 대통령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