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실 ‘자연의 생명력’
풀잎은 밤에도 자라나고
한 무리 일찍 일어난 앵무새들이
구애전쟁을 시작한다
물웅덩이에서,
전깃줄에서, 막 싹이 트는 푸른
스페니시 라임나무 속에서
그들이 서로를 유혹하며 다이빙을 할 때
하얀 줄무늬 날개가 빛나고
바람 속 풍경(風磬)은
허공의 노래를 풀어내고, 하늘은
광대한 복잡함으로부터 깨어난다
여름이 오기 전의 정적,
온 세상이 마구
싹을 틔운다; 머리카락, 손톱
연한 장밋빛 망고 잎새들, 하루 종일
노래하는 새들의 혀
언어들조차 문득, 품는다
놀라운 꿈들
살아온 수많은 시간 동안
상상치 못했던
또 한 번의 눈부신 깨어남을
/ 로잘린드 브랙킨베리(Rosalind Brackenbury) ‘오월의 아침’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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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익어간다. 욕망과 추억을 섞으며 뒤척이던 4월이 가고 새 계절이 피어나고 있다. 여름을 향한 열망, 머지않아 터져버릴 그 열망의 꽃송이가 정적처럼 고요히 머물고 있다. 만개하기 직전의 꽃, 그 빛나는 긴장, 그것이 오월이다. 얼룩진 역사의 어둠 속에서도 풀들이 자라고 새들의 구애전쟁은 무르익는 지금, 깨어나는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짓눌렸던 영혼도 깨어난다. 재충전을 하고 다시 먼 길에 오르고픈 오월의 아침이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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