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23년 이상 산사람들은 1992년 11월의 기쁨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해 4월 29일 흑인 로드니 킹에 대한 구타 혐의로 기소된 경찰 3명에게 무죄평결이 떨어지자 분노한 흑인들은 사우스 센트럴에 있는 상점들을 습격해 불을 지르고 약탈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53명이 죽고 2,300여명이 부상당했으 며 7,000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3,100여 업소가 피해를 입었다. 이중 상당수가 한인 업소였다. 저소득층 흑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있던 죄로 애꿎은 한인들이 흑백 인종 갈등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한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거나 억울함을 들어줄 정치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때 혜성같이 나타난 인물이 김창준이다. 다이아몬드 바 시의원에 당선된 후 돌아가면서 맡아하는 시장 자리에 앉은 그는 새로 생긴 41지구 연방 하원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우리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을 갈망하던 남가주 한인 사회는 그를 전폭적으로 후원했고 그는 당선으로 보답했다.
미주 한인 역사상 처음 한인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그 후 내리 3선을 했으나 그의 행보는 많은 한인들을 실망시켰다. 불법체류자에게 모든 혜택을 박탈하는 캘리포니아의 반이민주민 발의안 187을 지지했는가 하면 선거 때마다 한인 사회에서 모금은 하면서도 한인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를 후원해준 한인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난감한 처지에 빠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결국 본인도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4선에도 실패했다.
19일 LA 한인들은 1992년 이래 정치적으로 가장 큰 경사를 맞았다. 한인 1.5세인 데이빗 류가 에릭 가세티 LA 시장 등 거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캐롤린 램지를 여유 있게 물리치고 한인 이민 사상 처음으로 LA 시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제4지구의 언더독으로 도전한 류 후보는 초박빙일 것으로 점쳐지던 예상을 깨고 시종일관 판세를 리드하며 승세를 굳혀갔다.
류 후보의 이번 승리는 치밀한 준비와 발군의 토론 실력, 그리고 승리를 향한 집념 등이 발판이 된 것은 물론이다. 류 후보는 지역구 유권자 집을 수없이 돌며 자신의 입장을 친절하게 설명해 좋은 인상을 심었다. 선거 당일에도 “투표를 한 후 (선거 마감 직전인) 7시 59분까지 유권자 집을 방문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결정지은 것은 한인사회의 압도적 지지다. 한인 타운 인근투표소 개표 결과는 85%에서 75%가 류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나 기득권층에 의해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 코리아타운 유권자들의 한인 시의원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
한인 사회는 이번 류 후보의 당선으로 연방 하원의원, 주 상하원의원, 조세형평위원, 카운티 수퍼바이저 등 주요 공직에 한인을 앉히는 위업을 이뤘다. 이제 남은 것은 연방 상원의원과 대통령뿐이다.
유 후보가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를 겸허하게 성찰하며 제4지구와 한인사회가 함께 기댈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인으로 거듭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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