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남가주지역 17기 평통의 인선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미증유의 메르스 사태가 덮친 데다 국무총리 인준 등 현안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평통 인선을 마무리할만한 정부 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17기 평통 출범은 오는 8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선이 늦어지면서 새 회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과 추태 또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차기 평통회장으로 유력시되는 인사와 관련한 투서와 루머가 난무해 한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 평통사무국에는 특정 인사를 거론하면서 “이 사람이 회장에 임명되면 평통회장 인선의 객관성과 수준이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투서가 들어갔다. 평통사무국 뿐 아니라 청와대, 외교부, 재외동포재단 등에도 비슷한 내용의 탄원서와 비방성 투서들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사회를 망신시키는, 누워서 침 뱉는 격의 부끄러운 구태가 아닐 수 없다.
투서는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자신을 감추고 하는 투서는 비겁한 행위다. 얼굴을 감춘 투서는 그래서 ‘카더라’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카더라’가 종종 위력을 발휘한다는 데 있다. 익명 투서는 무시한다는 게 정부기관들의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일단 투서가 들어오면 내용에 대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생각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투서는 바로 이것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평통 인선 때만 되면 투서와 비방 등 구시대적인 행태가 반복돼 왔다. 평통 인선에서 누락되자 영사관 앞에서 “해외 평통 해체하라”며 시위를 벌인 인사가 그 다음 인선에서는 버젓이 평통 임원직을 꿰차는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 평통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인식은 대부분 이런 행태에서 비롯되고 있다.
평통과 관련한 투서와 비방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일부 평통 구성원들의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평통이라는 조직이 지니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점도 한 몫 한다. 평통은 거창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친위조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 색깔에 따라 구성원들이 물갈이 되고 회장단은 위로부터 낙점을 받는다. 전문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예측 가능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막바지까지 뒤집기를 위한 투서와 비방이 난무하는 것이다.
평통 회장단 인선을 둘러싼 잡음은 세대교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한인사회 리더십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 주고 있다. 회장 유력 인사나 투서 당사자들 모두 70~80대의 고령이다. 이래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갖춘 젊은 평통을 기대할 수 없다.
16기에 이어 17기 평통 역시 제 때 출범이 힘들어졌지만 그 누구하나 관심이나 걱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만큼 존재감이 희미해 졌다는 말이다. 평통이 구성원 면면과 운영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 ‘그들만의 리그’ ‘올드 타이머들의 사랑방’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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