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시중에 나온 것은 70년대부터지만 정기적으로 건강 체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 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이때부터 혈압 측정기, 혈당량 측정기, 만보기 등이 나왔지만 크고 불편해 사용자는 많지 않았다.
자가 건강 측정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수년 사이 일이다. 시계처럼 손목에 차는 간편한 기계 하나로 혈압부터 심장박동, 칼로리 소모량 등의 정보를 단숨에 알아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애플부터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공룡기업들이 ‘웨어러블’(wearable)이라 불리는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시장의 최강자는 ‘핏빗’(Fitbit)이라는 소기업이다. 전문가들은 핏빗의 현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이 8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작년 2,600만대를 판 핏빗은 올해 판매량을 7,200만대로 늘릴 계획인데 이는 웨어러블 시장이 올해 170% 이상 증가할 것이란 보고서를 감안하더라도 폭발적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월가에 상장된 핏빗의 주가는 첫날 액면가의 50%에 달하는 상승세를 보여 투자가들의 열광도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 이와 함께 회사 창업자인 한인 제임스 박씨를 하루아침에 보유 주식 가치 6억 달러의 억만장자로 만들어줬다.
박씨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마찬가지로 하버드를 중퇴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미 컴퓨터 업계의 3인자로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역시 대학 중퇴자다. 하이텍 업계에서 큰돈을 벌려면 대학을 중퇴해야 한다는 공식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한 때 컴퓨터게임 중독자였던 박씨는 온 몸을 흔들며 하는 닌텐도의 Wii 게임을 하다 손목에 차고 운동하며 스스로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장치 개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뭐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로 일하다 2007년 이 회사를 차린 박씨는 창업 당시 일반인들의 이해도 부족하고 하드웨어 쪽을 잘 몰라 고전했지만 그 분야 전문가를 고용하고 건강 측정기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지금과 같은 성공을 맛보게 됐다.
그러나 이런 웨어러블의 성공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자기 몸에 관한 수치만 알아낸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1/3이 6개월 안에 사용을 중단한다는 연구 보고서도 나와 있다. 회사 측은 건강정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고 진단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운동 동기를 부여하고 건강관리도 할 수 있게 할 방침이지만 이는 극히 개인적인 정보 유출 위험을 안고 있다.
과연 앞으로도 핏빗이 선두주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제임스 박의 성공은 자식의 명문대 졸업만을 지상목표로 아는 한인 부모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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