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의가 떠난다는 아츰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것이냐,
떠나기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어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작고 나려 덮여 따라갈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려니 꽃사이로 발자국을 찾어 나서면
일년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1941. 3. 12)
In the morning of the day thou leaving, the thick
Snow was pounding on the map, brought souls to touch.
And out to the window snow kept falling sadly. I looked
Around the room, nothing was there, empty and void.
White walls and ceiling as if it has snowed indoors.
Really, art thou fluttering away as a piece of lost histories.
The letter wouldn’t help though I was to write, not knowing
The street name and town much less whereabouts of the region
Under heaven. All is a fond reminiscence of you, now.
Because of this piling snow on thy petite footsteps, it is
Impossible for me to trace thee. Should the snow thaw away,
In search of thee, I will weed through the flowery bush where
Would have grown out of footsteps thou hath left.
All year round the snow would be falling deep in my heart.
윤동주(1917-1945)/영문 번역,변만식
윤동주는 그 누구 보다도 눈을 사랑한 시인이었다. 순의가 떠나는 아침도 눈이 나리고 있었다. 손 하나 잡아보지 못한 짝사랑의 순의가 목적지도 남기지 않은채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윤동주는 눈 나리는 창 밖을 허탈한 마음으로 내다보고 있다. 몇 일 후면 자기자신도 정든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 한다. 그의 가슴은 찢어질 듯 번뇌에 차있다. 하늘은 어쩐 일인지 이 두 청춘 남녀 에게 재회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고 영원의 이별이란 슲은 에필로그로 마감한다. ‘눈 오는 지도’는 윤동주가 남긴 단 하나의 사랑의 시이다. 14행시 소네트 (Sonnet)형식으로 정리 하여 보았다. 시대적인 정서로 2인칭은 고어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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