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안 들어간 볶음밥? 핫 & 사우어 수프 없는 중국 음식점? 미국에서 중국 음식 하면 대표적인 것이 프라이드 라이스 즉 볶음밥과 핫 & 사우어 수프이다.
잘게 썬 당근, 양파 등 채소와 고기, 그리고 계란이 볶음밥의 기본 재료인데 중국식 패스트푸드 식당인 팬다 익스프레스가 6월부터 계란 대신 옥수수를 넣고 있다. 매콤 새콤한 국물에 계란을 풀어 넣은 핫 & 사우어 수프는 당분간 메뉴에서 아예 없애기로 했다.
흔하디 흔한 것으로 여겨졌던 계란이 갑자기 귀해졌기 때문이다. 계란 값이 뛰어오른 데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 계란이 주재료인 메뉴를 없애거나 조리법을 바꾼 것이라고 팬다 익스프레스 측은 설명했다. 계란 품귀사태는 앞으로 18개월에서 24개월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계란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에서 60년대까지만 해도 계란은 별식에 속했다. 소풍 갈 때 사이다와 김밥, 찐 계란이 단골 메뉴였고, 기차여행 때 별미로 먹던 것이 찐 계란이었다. 도시락 밥 위에 놓인 계란 후라이 하나가 부유함의 상징처럼 보이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귀하던 계란이 흔해져서 도시락에는 으레 계란 후라이가 하나씩 들어가는 것처럼 바뀐 것이 60년대 후반쯤 된다. 양계업이 활성화한 결과이다. 이어 대량으로 닭들을 사육하는 공장식 양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계란만큼 싸고 흔한 게 없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공장식 양계 시스템 때문에 지금 미국에서 계란 값이 폭등하고 있으니 아이러니이다.
지난 주 연방 노동부 발표에 하면 5월에서 6월 한달 사이 계란 도매가가 84.5% 뛰어올랐다. 계란 가격 추이를 조사하기 시작한 1937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미 전국의 양계 총 3억 마리 중 3,500만 마리가 조류독감으로 죽거나 살처분된 결과이다.
지난 12월부터 아이오와, 미네소타 등 중서부 15개 주에 조류독감이 퍼지면서 닭들이 떼죽음을 하고 있다. 몸도 움직일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닭들을 몰아넣고 24시간 알을 낳게 하는 시스템에서 한 마리가 조류 독감에 걸리면 전체로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더 빨리, 더 많이 계란을 얻기 위한 공장식 사육 시스템이 감염병이 도지면 더 빨리, 더 많이 닭들을 병들게 만드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제기되는 것은 동물 학대 이슈. 밤에는 잠을 재우고 최소한의 여유 공간을 허용하면서 닭들을 사육해야 닭이 건강하고 이를 먹는 사람의 건강에도 좋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계란 값이 올라봐야 얼마나 되겠느냐 하지만 그게 아니다. 계란 들어간 식품들의 가격 인상 대행진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 계란이 주원료인 마요네즈, 샐러드 드레싱, 케이크 믹스 등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에그 머핀, 오믈렛 등 계란이 주 메뉴인 아침식사 음식 값도 들썩일 전망이다. 계란이 필히 들어가는 냉면, 순두부, 비빔밥 등 한식 값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계란이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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