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초반의 한 여성은 몇 달 전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동창들이 더 늦기 전에 다 같이 여행 한번 가자며 추진한 유럽 여행이었다. 굳이 안 가겠다고 할 명분도 없어 등 떠밀리듯 참여했는데, 그렇게 떠난 여행 후 그의 삶이 달라졌다. 한마디로 삶에 생기가 돌고 있다.
대부분 이민 1세들의 미국 생활은 즐김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밀려들어 숙제 하듯 허겁지겁 살았다. 여행은커녕 마음 편히 주말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며 산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수십년 일한 후 은퇴하고 나니 여기저기 몸이 안 쑤시는 데가 없다. 여행은커녕 어딜 나가는 것 자체가 귀찮을 지경이다. 카우치에 누워 TV를 보는 게 많은 은퇴자들의 낙이라면 낙.
딱히 하는 일 없이, 삶에 대한 의욕도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다 보면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은 오늘 같은 날의 연속, 삶은 나른할 뿐 재미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몸과 마음이 쳐져 있다 보면 그만큼 빨리 진행되는 것이 노화이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간다. 늙지 않을 수는 없지만 노화의 속도를 늦춰서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바람인데, 그 한 가지 방법이 여행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행이 노년층의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남성의 경우, 휴가를 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32% 낮다. 여성의 경우는 일년에 최소한 두 번 휴가를 떠나는 사람은 스트레스 정도가 낮고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낮다. 휴가여행이 3일쯤 되면 스트레스 정도가 월등하게 낮아지는 데 이런 효과는 휴가에서 돌아온 후에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의 안전구역을 벗어나는 행위. 특히 노년층의 경우,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과감하게 길을 떠나는 경험은 삶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준다고 한다.
여행은 단순히 레저나 오락이 아니라 건강 비법이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여행요법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이다.
여행의 좋은 점은 첫째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다는 점.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신기해하며 우리 뇌는 자극을 받는다. 신선하고 행복한 자극은 뇌 건강에 직결된다. 묵직하게 쳐져 있던 뇌 세포들이 생기를 되찾으면서 살아난다.
여행은 둘째, 기본적으로 많이 걷고 많이 움직이게 함으로써 육체적 건강에 기여한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즐거운 경험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우울했던 기분은 고양되면서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여행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유도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을 활성화한다. 여행이 갖는 이런 이점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것이 건강 관광여행, 요가 관광여행 등이다.
노년을 맞아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자극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행은 종합적인 자극제이다. 노년과 여행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한 연구진은 젊어 보이려고 보톡스 맞고 레티놀 크림 바를 게 아니라 여행을 떠나라고 권한다. 여행 한번 다녀오면 노화의 속도가 현저하게 더뎌진다는 것이다.
다리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 떨릴 때 여행을 가라고 남가주의 한 여행사는 광고를 했었다. 하지만 다리 떨릴 때라도 여행을 하고 나면 가슴이 다시 떨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노년의 건강과 행복에 여행만한 보약도 없다. 여건이 된다면 적극 여행하며 지루한 노년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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