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광복 70주년의 해로 대한민국과 나라밖에 살고 있는 해외 한인사회 모두가 각별한 역사적 의의와 감동을 느끼고 있다. 미주 한인이민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유산은 미주 한인 모두가 대한독립을 위해 헌신하였고 유명이든 무명이든 한분 한분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공헌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공로와 업적 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으며 6.25전쟁의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등 우방들은 피의 희생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인 안수산 여사가 100세의 나이로 타계하여 지난달 7월2일에 장례식을 치렀다. 또 애국지사 박관준 장로의 외아들 박영창 목사가 지난 7월28일 100세의 나이로 소천하여 8월5일 장례식이 있었다. 나는 독립운동가의 맏딸 안수산 여사의 장례식에는 흥사단 단우 자격으로 참석했고, 애국선열 후손으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상을 받았던 박영창 목사의 장례식에는 미주한인재단 명예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큰 딸 안수산 여사는 100세까지 살면서 아버지를 뒤이어 무수히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여걸인 그녀의 삶을 떠올리며 죄송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주 한인사회장으로 모셔도 부족함이 없을 위인인데 가족장으로 모셔서 고인에 대한 한인사회의 예우가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애국지사 박관준 장로의 대를 이어 애국 애족한 외아들 월광 박영창 목사의 장례식은 숙연한 가운데 천국환송 예배로 치러졌다.
미주 한인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애국선열 후손과 큰 업적을 남긴 한인지도자들의 장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 시대 위인들의 장례에 미주 한인사회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무성의하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례라고 생각한다. 한인 차세대와 후손들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신 이들을 예우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도리다.
애국선열 후손으로 100세까지 장수하셨고 그 어느 후손보다도 열심히 헌신하고 큰 업적을 남긴 두 분 고인의 장례는 한인사회가 함께 하는 행사로 추진됐어야 마땅했다. 유족입장에서는 겸손을 생각했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한인사회를 위한 길이다. 앞으로 귀감이 되는 삶을 사신 애국선열 후손과 미주한인사회 지도자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고인의 업적에 준하는 장례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한인사회에 이런 장례문화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애국선열 후손으로 100세를 장수하신 위인의 삶은 그 자체가 보물이라 믿는다. 고인이 아끼고 간직했던 유물들은 유가족의 소장품으로만 남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미주 한인사회의 유산이자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유산과 역사를 잘 정리하고 보존할 만한 우리 한인사회의 조직과 장소는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제라도 이것을 서둘러 마련해야한다.
이번 장례식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한인사회는 애국선열들의 후손을 예우하고 이들을 기억하는 일에, 그리고 애국선열 후손들은 선조가 남기신 민족적 유산을 잊지 않고 계승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말을 잊지 않는 것과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이것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달 질곡의 역사와 미주 한인사회 역사의 증인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두 어른을 잇달아 떠나보내면서 조국과 민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마침 광복 70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광복 70년을 맞으며 모두가 애국선열들이 남기신 유산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과거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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