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고 하는 것 같다. 두 시즌 동안 한인 야구팬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했던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어깨 수술로 올 시즌을 접게 되었을 때 무슨 재미로 야구 보냐는 생각에 많은 한인들이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아쉬움은 온데간데 없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의 놀라운 활약 때문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류현진은 잠시 잊혀진 상태다.
한국 프로야구 야수로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 의혹의 시선 속에 첫 시즌을 시작했던 강정호가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완벽하게 날려 버리면서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동료 선수들과 팬들에게 ‘킹캉’(King Kang)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강정호는 여름 들어 기온만큼이나 뜨거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2월 말 강정호가 스프링 캠프에서 동료들과 훈련을 시작했을 때 본 칼럼을 통해 그의 성공을 점쳤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실력도 실력이지만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고 팀에 녹아드는 적응력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적응력도 실력임을, 아니 적응력이야말로 새로운 리그에서의 성공에 가장 요구되는 실력임을 킹캉은 유감없이 입증하고 있다.
시즌 초반 들쭉날쭉 출전했던 킹캉은 11일 경기로 드디어 규정타석을 채웠다. 그리고는 내셔널리그 타율 부문 상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야구를 이해하고 상황을 빨리 판단하는 머리, 즉 야구 IQ가 대단히 높은 것을 킹캉의 강점으로 꼽는다. 전문가들이 메이저리그에서의 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강정호의 예상을 뛰어 넘는 활약은 미국 팬들과 언론들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파이어리츠 경기가 전국 네트웍인 ESPN을 통해 수차례 중계되면서 킹캉 또한 자연스럽게 야구팬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인기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ESPN이 지난 일요일 밤 중계한 경기에서는 한 미국 어린아이가 ‘You Can Do It’(당신도 할 수 있다)에서 캔(Can)을 캉(Kang)으로 바꿔 ‘You Kang Do It’이라고 적은 보드판을 든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또 다른 경기에서는 미국 아버지와 아이가 한글로 ‘강정호 아저씨 정말 좋아해요’라고 쓰인 보드판을 들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기도 했다. 이처럼 피츠버그 팬들은 킹캉에 무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열기는 그의 개인적 인기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브랜드 인지도 역시 올라가고 있다. 중계 도중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언급은 기본이고 한국의 팬들이 킹캉에게 보내주는 ‘홈런 볼’ 등 한국산 스낵들도 자주 소개된다. 류현진 이전에 한국 투수들은 여럿 있었던 데 비해 한국 프로야구 출신 타자는 강정호가 처음이어서 그런지 그의 활약에 쏠리는 관심과 찬사는 더 뜨겁다.
킹캉의 활약이 가을야구까지 이어진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여러 명의 한국 타자들을 보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그는 한국 대통령이 여러 번 미국을 방문하는 것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을 널리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킹캉의 뜨거운 시즌은 한인 이민자들의 낙이자 한인사회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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