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예임 (큐레이트)
옹기 프로젝트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세상에 잘 들려주려 노력한 작가의 흔적이 역력하다. 작가는 1년 반 동안 볼티모어의 한인 커뮤니티의 존재와 개개인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작가는 볼티모어한인노인센터에서 옹기를 만드는 워크샵을 진행하는 한편, 볼티모어 곳곳의 마켓과 가게에서 한인들의 생활과 삶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눈 뒤 이를 영상과 글로 기록하였다. 전시는 네 개의 영상과 세 개의 작은 책자, 인터뷰에서 발췌된 글들이 적힌 설치물, 그리고 여덟 개의 옹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옹기를 만들며 어르신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영상에 담고, 옹기를 만든 분들과 인터뷰를 한 뒤, 짧지 않은 양의 글을 각각의 옹기 곁에 두었다. 그것은 옹기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지난한 이민생활의 속사정이기도 했고, 부푼 꿈을 품고 온 타지생활의 녹록치 않음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이기도 했다.
노스이스트 마켓에서 분주히 일하는 한인들의 뒷모습과 손동작을 담은 영상 역시 인상적이다. 영상 너머로 들려오는 나레이션에서 작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아버지에 대한 어떤 아들 혹은 딸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이는 작가가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기사와 리서치, 책에서 찾은 문구들을 섞어서 만든 시인데, 이 짧은 영상은 커뮤니티 아티스트로서 작가 신현진의 앞으로 작업방향의 서막을 알려주는 트레일러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에는 지난 봄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가게들의 사진과 그에 대한 언급도 담겨있다. 당시 피해를 겪었던 그레이스 씨와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미국 생활의 시작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더 이상의 폭동이 없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볼티모어 커뮤니티에 대한 그녀의 소망과 희망을 보여준다.
인터뷰 중 인상적인 구절을 뽑아 만든 책과 설치물에는 한인 이민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글들이 한글과 영문으로 적혀있었다.
이러한 일상적일수도 있고 사소할 수도 있지만 한인 공동체 밖의 커뮤니티에게는 생소했던 이야기들을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볼티모어 시청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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