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화제의 뉴스는 최태원SK그룹 회장의 공개 이혼 요구였다.
최 회장은 한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통해 자신과 부인 노소영씨가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이혼을 위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되는 한 사람을 만났으며 수년전 그분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며 혼외자가 있음을 밝혔다.
재벌총수가 공개적으로 불륜사실을 인정하면서 이혼 요구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어차피 알려지게 될 사실을 쉬쉬하기 보다는 깨끗이 인정하고 밝힘으로써 오랫동안 이혼을거부하고 있는 부인을 압박하기 위한 계산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최 회장의 편지가 공개된 후 부인 노소영씨는 측근들에게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회장의 가정사에 대한 한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온갖 혜택을 누리는 재벌총수가 불륜을 저지르고 조강지처까지 버리려 하는건 너무 뻔뻔하다는 비난여론이 대체적이지만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동정론도 있다. 현재로서는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는 노씨의 결심이 상당히 단단해 보인다.
이혼은 하고 싶다고 마구 할 수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는더 그렇다. 배우자가 서로 합의하면 협의이혼으로 조용히 마무리 지을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재판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한국법은 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50년 전 “첩을 얻은 잘못이 있는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이후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 9월에도 7대6의 판결로 이런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세월이 너무 흘러 파탄의 책임을 엄밀히 따지는 게 무의미한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은 유책주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서구 모든 국가들에서는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책임 소재와 관계없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969년 캘리포니아가 ‘무귀책이혼제도’를 도입한 이후 모든 주들이 이를 택하고 있다. 한국과 문화적으로 비슷한 일본조차 이미 30년전 파탄주의를 도입했다.
최 회장 부인이 뜻을 굽히지 않을경우 이혼은 손쉽게 이뤄질 것 같지않다. 아직은 유책주의가 유효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비춰볼 때 이런 법률적 판단이 바람직한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국가가 이미 파탄 상태인 혼인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한 유책주의보다는, 예외적인 경우를 둔 파탄주의를 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지난해 간통제가 폐지됐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최태원 회장 부부의 이혼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약 소송까지 간다면 유책주의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한 번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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