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성공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들 경쟁의식 과도…“터질 게 터진 것”
장하나(24ㆍBC카드)가 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의 부상 소식과 맞물려 뒷말이 무성하다.
전인지가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장하나 아버지가 놓친 가방에 부딪혀 허리 부상을 입어 기권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전인지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고의성을 의심했고 장하나의 부친은 딸의 소속사를 통해 “사과를 했다”고 해명하며 맞섰다. 리우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고 경쟁 관계인 이들이 자칫 아버지들의 감정대결로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골프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골프 선수들은 1년 내내 장거리를 이동하며 3∼4일씩 대회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데, 이 역할을 가족,특히 아버지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온 말이 ‘골프 대디’다. 원조는 박세리(39)의 아버지 박준철씨다. 박씨는 코치ㆍ운전사ㆍ매니저ㆍ캐디를 겸하면서 딸을 골프의 레전드로 만들었다. 박인비(28)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인비의 부친은 딸이 미국 2부 투어에서 뛸 당시 사업체를 접고 약 5개월간 직접 캐디 가방을 멜 정도로 그림자 지원을 했다.
장하나의 부친도 유명한 ‘골프 대디’로 통한다. 구급약과 음식물 등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챙겨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인지의 아버지도 ‘잘 나가던’ 사업체를 넘기고 팔을 걷어 붙인 것으로 회자된다.
프로 골프선수로 입문하기까지는 8억~10억 원이 든다는 것이 ‘정설’이다. 돈도 돈이지만 골프 대디들은 자신의 시간은 물론, 삶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성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골프 대디 세계에서는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말이 불문율로 통한다. 경쟁관계라서 “서로 친한 척도, 싫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방해 공작’도 서슴지 않는다. 경쟁 선수가 샷을 하기 직전 물건을 떨어뜨려 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하는 등 고의로 소음을 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기 후 골프 대디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방해 행위’는 한국여자골프협회(KLPGA) 정규 투어와 2부 투어인 드림투어를 가리지 않고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선수로 활동하다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A씨는 “골프 선수들은 특히 소리에 민감한데, 샷 하기 직전 소음이 발생해 ‘진원지’를 살펴보면 경쟁 선수의 아버지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방해 행동이라는 의심은 들지만 경기 중이고, (고의성을) 입증할 수도 없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전인지의 부상 논란 역시 이 같은 골프 대디들의 과도한 경쟁 의식이 곪다가 터진 것으로 보는 이유다.
KLPGA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고의성이 있다고 보지 않고,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다”면서 “하지만 근본 원인은 선수 아버지들이 다른 선수들을 딸의 동료가 아니라 꺾어야 할 경쟁 상대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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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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