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ㆍ신앙의 삶 실천 노력$환자들에 기도 권유
매일새벽 자전거로 건강관리$66일 대륙횡단 계획
“혈압이 높은 것 같아요.”
혈압을 걱정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혈압이 오른 것 같다고 말한다. 최승웅 박사가 혈압기로 재어보니 실제로 상당히 높다. 돌도 씹어 소화시킬 것 같은 28세의 환자는 위가 쓰려서도 고생을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약을 처방하고도 최 박사는 환자와 한참을 이야기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중간에는 통역인인 도미니시오(Dominicio)가 일일이 끼어들어 의사소통을 돕는다. 약 이외의 처방이 상당히 길고도 낯설다.
“그리스도의 시대에는 혈압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지금 혈압이 높은 건 장시간 일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원인이 있습니다. 11시에 잠자리에 들어 5시30분에는 눈을 떠야 하는 일상에서 뛰쳐나와 일찍 자고 30분 더 일찍 일어나세요. 그리고 그 시간에 운동을 하세요. 무조건 하세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도 좋아집니다. 그리고 낮에는 자주 기도를 하세요. 생각날 때마다 하세요. 나는 1시간마다 기도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생활을 견디기 힘듭니다.”
아무 것도 기댈 게 없는 삶들이다. 미국에서의 신분이 없는 그들이기에 하루하루 일용직을 찾아야 하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고용주의 눈치를 보며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고국인 과테말라에는 매달 꼬박꼬박 송금을 한다. 그야말로 몸을 축내면서 안 먹고 안 쓰며 버티어 모은 돈을 보내는 것이다.
뉴저지의 이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지난 1년 간 꾸준히 그들을 진찰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의사가 최승웅 박사다. 거주지인 에디슨에서 달려와 성 미카엘 성당(조민현 주임신부, 19 East Central Blvd., Palisade Park) 사제관의 작은 방을 빌려 매주 둘째와 넷째 주 월요일 오후 7시에 환자들을 보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히스패닉 계 주민들이다. 처방전을 새로 써주고 진찰을 해주지만 진료에 한계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래도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는 많은 위로를 받고 돌아간다. 또 나쁜 생활 습관을 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24일 다녀간 환자들에게 최 박사는 조그만 카드를 건넸다. 2020년 6월6일로 예정되어 있는 자신의 결혼 50주년 기념식 초대장이다.
최 박사는 뉴저지의 라웨이에 위치한 로버트 우드존슨 대학병원에서 40년 간 외과의로 일했고, 현재는 유니온 외과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7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에 자전거로 8마일을 달리며 운동을 하고는 출근한다. 2020년의 금혼식에 앞서서 66일 일정으로 자전거 대륙횡단을 계획하고 있는데, 친지 10명과 함께 하는 이 여정에서 아내는 차를 타고 자신들을 따라오는 안전요원의 역할을 맡기로 했다.
봉사와 신앙의 삶은 그를 받쳐주는 두 개의 기둥이다. 성 마이클 성당뿐 아니라 그는 성 김대건 메이플우드 성당(조후연 주임신부, 280 Park Ave., Maplewood, NJ)에서도 의료봉사를 한다. 또한 9년 전부터 가톨릭 부제(deacon)로 활동하고 있는데, 현재는 성 제임스 성당(148 Grenville st., Woodbridge, NJ)에서 Charles W. Cicerale 주임신부를 도와 사목하고 있다.
그는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영혼의 건강이 필요하다고 믿으며, 그래서 약을 처방해주는 동시에 환자들에게 기도를 권장한다. 스트레스가 많고 생활에 제약이 많을수록 기도로 힘을 얻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념이다.
어제 5월 1일에는 뉴욕 5개 보로 자전거 투어에 참가해 40마일을 달렸다. 세계에서 모여든 3만 2천명의 사이클리스트에 끼어 자전거 교육 기금모금 행사에 참가한 것. 이웃과 더불어 영육 간에 건강하고 힘차게 살다가 모든 장기를 기증하고 이 승을 떠나고 싶은 게 그의 버켓 리스트 안의 소원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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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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