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6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에서 군림한, 한때 세계 육지 면적의 4분의 1과 인류의 5분의 1을 속령으로 삼은 초대형 국가였다. 다시 말해 영국은 현대문명을 전 세계에 전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국력이 막강해 제국으로 불리었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표적으로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이다. 백년전쟁(1337-1453)은 영국이 프랑스 왕조와 왕위 계승 건을 놓고 116년 동안 치열하게 싸워 프랑스가 승리한 전쟁이고, 장미전쟁(1455-1485)은 국내 두 귀족 가문이 3대에 걸쳐 벌인 전쟁으로 결과는 두 가문의 혼인으로 종식되었다.
이 두 전쟁과 함께 크고 작은 숱한 전쟁을 치르고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이 오늘에 와서 다시 섬나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하고 나서 전 세계에 큰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24일 영국 국민의 과반수이상이 유럽연합(EU) 탈퇴냐, 존속이냐를 가르는 역사적인 브렉시트 투표에서 탈퇴에 표를 던져 막강하게 유럽을 리드하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조그마한 섬나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국가의 위상과 재정, 국경, 이민정책 등의 문제를 자국에 맞게 결정하길 원한 결과다.
이에 따라 영국은 한 순간에 국가 경제가 추락하고 국제적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민심이 사분오열되면서 정치, 사회가 혼란에 빠져들고, 전 세계 주가도 동반 폭락, 지구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에 직면한 영국국민은 “지금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후회하면서 정치인들의 거짓 공약에 속았다며 400만 명 이상이 재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주도하던 정치인들도 말 바꾸기와 뒷걸음질을 치며 후회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투표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영국의 이번 사태는 다가오는 붕괴의 신호탄이자 국가의 분열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도 독립을 하려는 조짐이다. 막강했던 영국의 영화는 이제 수명이 다된 것일까.
영국의 탈퇴 결정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는 더 이상의 동반탈퇴를 막기 위해 영국에 빨리 탈퇴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 정상들의 머리를 맞댄 현명한 묘수, 묘책, 묘안이 빨리 나와 이번 사태가 조속히 현명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영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막강했던 옛 제국의 면모를 되찾는 쪽이냐, 정말 초라한 섬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냐. 오랜 세월 숱한 역사의 영욕 속에 군림해 왔던 영국 국민들의 미래와 국가의 운명은 이제 풍전등화 같이 불투명한 상태다. 결과는 시간이 흐르면 나타나게 될 것이고 잘잘못은 훗날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다.
문제는 이 분열의 열풍이 미국으로까지 번지는 조짐이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지가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영국의 사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영국의 이번 EU탈퇴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존속’과 이를 반대하던 막말 타입의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의 ‘탈퇴’를 놓고 벌인 치열한 공약대결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다. 이번 영국의 사태는 지도자의 결정과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이번 대선도 민주당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막말 선동형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절대 그냥 간과 할 수 없는 선거다. 영국처럼 단 한 차례 선택이 나라의 안위와 운명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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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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