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 ‘Overcome 1432’
달이 빈방으로 넘어와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춥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속옷처럼
개켜서 횃대에 겁니다 가는 실밥도
역력히 보입니다 대쪽 같은 임강빈 선생님이
죄 많다고 말씀하시고, 누가 엿들었을라,
막 뒤로 숨는 모습도 보입니다 죄 많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부끄러운 얼굴이 겨울 바람처럼
우우우우 대숲으로 빠져나가는 정경이 보입니다
모든 진상이 너무도 명백합니다
나는 눈을 감을 수도 없습니다
최하림(1939-2010)‘달이 빈 방으로’ 전문
때때로 환한 달빛이 눈부신 햇살보다 더 밝게 느껴질 수가 있다. 달빛의 밝음이란 아주 깊은 곳을 응시하는 또 다른 밝음이다. 속속들이 열어 보이는 그 달빛 아래서 사랑은 더욱 깊고, 후회는 더욱 아프고, 죄는 더욱 부끄럽다. 달빛이여, 어쩌자고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추는가. 필름처럼 밝혀지는 생의 진상 앞에서 눈 감지 못하고 서성이는 이,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달빛에 씻긴 그의 영혼 조금은 가벼워질까. 다시 길 떠날 채비로 분주한 아침 햇살 아래서.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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