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탄핵’을 뜻하는 ‘impeach’는 라틴어 ‘impedicare’에서 왔다. ‘덫을 놓아 (동물을) 잡는다’는 뜻이다. 어원은 라틴어지만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영국이다. 1376년 영국 의회가 윌리엄 라티머 남작을 탄핵한 것이 역사상 처음 기록된 탄핵 사례다.
영국 법의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은 연방 헌법에서 의회에 고위 공직자를 탄핵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탄핵 대상은 “대통령과 부통령, 기타 공직자”이며 탄핵 사유는 “반역과 뇌물,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다.
기타 공직자 중에는 행정부 소속 공무원뿐 아니라 사법부 판사도 포함되나 입법부에 속하는 연방 상하원은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상하원 의원은 자체 표결로 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을 통해 공직자를 쫓아내려면 연방 하원이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의 소를 제기해야 하고 연방 상원이 2/3의 찬성으로 이를 가결해야 한다. 이처럼 절차를 까다롭게 한 것은 공직자가 사소한 잘못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해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1789년 미 합중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연방 하원은 64건의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이 안이 통과돼 상원까지 간 경우는 19번뿐이다. 이 중 대통령에 관한 것은 1868년 앤드루 존슨과 1998년 빌 클린턴 둘인데 모두 상원에서 기각돼 탄핵을 면했다. 1974년 리처드 닉슨은 탄핵이 확실시되자 먼저 사임했다.
1797년 윌리엄 블라운트 연방 상원의원은 연방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으나 연방 상원은 탄핵 심판을 하는 대신 그를 제명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후 연방 상하원은 탄핵 대신 제명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1804년에는 연방 대법관인 새뮤얼 체이스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연방 상원이 이를 기각했고 그 후 14명의 연방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이 중 상원에서 유죄 표결을 받아 축출된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 이 중 하나인 플로리다의 앨시 헤이팅스는 15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89년 탄핵당해 쫓겨났으나 나중에 연방 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탄핵을 당했더라도 다른 공직에 출마하는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탄핵 사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에 관해서는 “연방 상하원이 탄핵 사유로 보는 모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고위 공직자의 탄핵은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포함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탄핵제를 처음 실시한 것은 영국이지만 영국처럼 의회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굳이 복잡한 탄핵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단순 다수 표결만으로 총리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를 불신임해 해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7년 ‘특권에 관한 특별위원회’는 탄핵제를 폐지할 것을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탄핵 심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한국 시간). 의회가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이에 관한 최종 결정을 헌법 재판소에 밭기는 독일식을 택하고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고 있던 중요한 것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하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드는 결정에 나오지 않았다고 헌법 재판소에 화염병을 던지고 판사들을 폭행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 태도가 아니며 피땀으로 일군 민주주의를 제 손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지금은 차분히 결과를 지겨보고 다음 지도자를 선출할 준비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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