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는 봄을 맞아 곳곳에서 축제들이 한창이다. 축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온갖 소음으로 떠들썩하다. 분위기에 휩쓸려만 있어도 저절로 신바람이 난다.
축제의 본질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에 있다. 또 축제의 기원을 보면 전복적인 성격을 볼 수 있다. 중세의 축제는 사회 구성원들이 계급과 재산, 지위 등의 차이를 넘어 모처럼 하나 됨을 즐긴 행사였다. 물론 이것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축제는 사회적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이런 축제의 의미는 첨단 과학시대인 21세기에 들어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접속은 늘어났지만 개인들 간의 접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축제의 의미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에서 개최되는 축제만도 수만개에 달하고 이런 추세는 다른 서구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잠시나마 생활의 고단함을 잊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그러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재충전을 한다.
한인사회에도 여러 축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축제로는 봄에 펼쳐지는 할리웃보울 한인 음악대축제와 가을에 벌어지는 한국의 날 축제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커뮤니티 축제들은 다른 일반 축제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즐기고 재충전을 하는 흥겨운 잔치라는 점은 같지만 커뮤니티 축제로서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일체감을 확인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남가주 한인이 수십만에 달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다들 알고 있지만 이를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축제장에 와서 수많은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보게 되면 한인 커뮤니티가 얼마나 큰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른들은 자긍심을 느끼고 아이들에게는 민족적 정체성까지 심어줄 수 있다.
4월의 마지막인 이번 주는 가히 ‘축제주간’이라 할 만하다. 할리웃보울 한인 음악대축제가 토요일인 29일 펼쳐지기 때문이다. 풍성하게 마련된 볼거리, 즐길 거리가 2만 한인들을 맞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치축제’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재외국민투표가 뜨거운 열기 속에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귀중한 한 표를 던지는 한인들의 얼굴에서는 피곤함을 찾아 볼 수 없다. 한결같이 뿌듯해 하는 표정들이다. 투표야말로 재산과 계급, 지위 등의 차이를 넘어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제의 본래적 의미에 아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에게 행복감은 안겨주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일 때 더욱 그렇다. 그러니 재외유권자라면 빠짐없이 투표장에 나가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할리웃보울 한인 음악대축제를 찾아 맘껏 목청 높여 즐긴다면 한층 더 큰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의 비결? 알고 보면 별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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