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미국민으로서 수치의 날이고 통곡의 날이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스스로 포기하고 나르시시즘에 갇혔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관한한 그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온난화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으면서도 대응노력에선 정치적인 의지가 가장 약했기 때문이다.
40여 년 전 제임스 한센 박사의 의회에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의 금력에 취한 미국의 정치권은 기후변화의 인정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마침내 미국의 리더십이 발휘되어 2015년 세계가 동의한 파리기후협약의 쾌거가 이루어졌다. 희망이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미국은 2년도 안 돼 이 협약을 버렸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풋내기 대통령인 임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말이 아닌 영어로 “지구를 위하여 우리 모두가 서로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합니다”라고 준엄하게 70세의 트럼프를 꾸짖었다. 그 꾸짖음이 꾸짖음인 줄 모르는 나르시시즘에 갇힌 트럼프의 모습이 오늘 국제사회에 비쳐진 미국이다.
세계의 반응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든가 “누구보다도 미국에 가장 큰 손해를 가져오게 하는 결정” 등 비난과 조롱 일색이다. EU와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메우겠다고 즉각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중국과 28개국의 유럽연합은 공동선언문에서 “EU와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로의 변환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고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청정에너지에 관한 정치적, 기술적, 경제적, 과학적인 협동 체제를 현저히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탈퇴는 경제적으로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테슬라(전기자동차, 배터리), 인페이스(마이크로인버터), 네스트(스마트 온도계) 같은 첨단 청정산업과 솔라 산업에 타격을 줌으로써 중국과 EU에게 기술적 선두 주자의 자리를 내어주게 될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미국이 로열티를 물고 이를 빌려와야 하는 기술적 속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행히 탈퇴에 따른 악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주정부, 시정부, 산업체와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의 온난화가스 총 배출량의 33%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욕 주지사들은 주정부 차원의 기후협회를 구축하여 미국의 감축목표를 지킬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감축목표는 2025년까지 2005년을 기준으로 26%이다. 어차피 파리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인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애플, 월마트 등 대형 81개의 회사들이 자발적 파리협약의 감축목표 이행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전 뉴욕시장 블룸버그 또한 30개시의 시장, 80개 대학의 총장, 100여개의 산업체 CEO 들과의 모임을 주최하여 파리협약에 미국이 서약한 감축목표를 제출할 수 있도록 고려해 달라는 청원서를 UN에 제출한다.
블룸버그는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하여 트럼프가 탈퇴했어도 미국은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감축목표를 지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녹색경제의 엔진이 이미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고 석탄발전소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석탄에너지가 이미 “경제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디 투자 서비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15개주에서는 풍력에너지가 이미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메가와트 당 생산비가 풍력은 20달러로 석탄에너지 30달러보다 훨씬 더 싸다.
86개시의 미국 인구 4,000만을 대표하는 시장들도 탈퇴결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지구온난화를 인정하지 않는 행동은 미국 전 지역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우리들은 파리기후협약 정신을 준수하고 그 서약을 우리의 도시에서 시행하고 그 목표를 향한 노력을 강화해 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협력하여 21세기의 청정 에너지와 청정 경제를 창조해 나갈 것“이러고 천명했다.
대통령은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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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기후변화 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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