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독 가혹하다. 아름다운 캐리비안 해안 근교의 나라들은 쑥대밭이 되었다. 불과 몇 달 전 푸에르토리코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딸아이는 자기가 직접 페인트칠과 보수과정에 참여했던 지역이 완전히 초토화된 모습에 망연자실해 한다. 삶과 죽음은 사실 아주 가까이에 있다.
주변에 지인들이 안타깝게 명을 달리한 경우가 유독 많았던 이 여름, 한달새 여러 명의 가는 길을 지켜 보아야 했던 이 여름은 참으로 모질고 질겼다. 장례식에 참여하는 경험은 참으로 고통스러우면서도 기이한 경험이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는 죽음의 위협에 의기소침해 진다.
살면서 내내 애써 잊으려 노력하는 명백한 사실, 우리 모두는 죽는다 라는 사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두 언젠간 결국은 죽음을 맞이 해야 한다는 사실. 장례식에 참여하는 순간 이 엄정한 사실 앞에 모두는 강제적으로 소환되게 된다. 죽음 앞에 시선을, 고개를 돌릴 수 없다.
마치 이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누군가가 내 얼굴을 붙들고 있는 것 같다. 장례식장은 따라서 누군가의 죽음을 인정함으로써 내 삶을 더 명백히 경험하게 하는 곳이다. 죽음이 포함되지 않은 삶은 온전한 삶이 아니다. 그러하니 죽음을 포함한 그리하여 죽음을 초월한 삶이야말로 온전한 형태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수한 희비와 감정과 사고가 교차되는 장례의 터는 그래서 우리의 정신을 더욱 고양시킨다. 지혜롭게 하고 용기 있게 한다.
이 나이가 되면 다들 연로해 가시는 부모님 걱정이 태산이다.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내가 가게 될 길도 바라보게 된다. 이쯤 되면 용서와 화해의 지혜를 배울 때도 되었건만 돌아서면 어리석어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하니 하늘 아래 머리를 숙이고 땅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기도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것은 우주 앞에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시간이요, 삶을 더 사랑하고 그리고 그 삶을 더욱 지혜롭고 용기 있게 살아내게 하는 힘을 주는 시간이다. 그것만이 죽음의 협박에서 자유로움을 누리고 사는 길이 아닐까.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린도전서 15장5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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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라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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