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12월 조지 워싱턴이 이끄는 독립군은 절망적인 상태였다. 그해 7월 4일 독립 운동 지도자들은 필라델피아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그들은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중에는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권이 포함돼 있다’며 이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독립을 선언한다고 호기롭게 발표했지만 8월 뉴욕에서 독립군이 연전연패하는 바람에 독립은 시작하자마자 끝날 운명에 직면해 있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워싱턴은 뭔가 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감행한 것이 12월 25일 밤 델라웨어 강을 건너 독일 헤세 용병이 주둔하고 있는 뉴저지 트렌턴 기습 공격이었다. 이들 용병은 뜻밖에 허를 찔리고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후 남은 900여명은 모두 항복했다. 작은 전투였지만 승리에 목말라하던 독립군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승기를 잡은 독립군은 5년간의 긴 싸움 끝에 1781년 요크타운에서 영국군의 항복을 받아내고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짓는다.
미 독립전쟁은 근본적으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란으로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시도였다. 링컨은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남북전쟁을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하에 세워진 새 나라가 오래갈 수 있는지에 관한 시험’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저항해 태어난 나라도 힘이 강해지자 스스로 제국주의 국가가 됐다. 1898년 스페인과 전쟁을 일으켜 쿠바와 필리핀을 장악하고 운하 건설을 위해 파나마 주민을 부추겨 콜롬비아로부터 독립을 시키는가 하면 중남미 국가들을 무력으로 위협해 통제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존중한다며 민주주의를 시작한 아테네도 비슷한 길을 갔다. 기원전 479년 플라테아 전투에서 페르샤군을 무찌르고 그리스의 맹주가 된 아테네는 페르샤의 재침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델로스 동맹을 창설하고 도시국가들로부터 조공을 받아 막강한 권세와 부를 누렸다. 이 동맹은 처음에는 자발적인 모임이었지만 나중에는 아테네가 이웃을 수탈하는 제국주의 체제로 변질된다.
커지는 아테네 세력에 불안을 느낀 스파르타는 그리스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 이 때 전략적 요충지인 멜로스 섬은 중립을 지키고 있었는데 아테네 편에 설 것을 강요받게 된다. 섬 주민들이 이를 거부하고 신과 정의는 우리 편이라고 말하자 아테네 사절단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힘이며 ‘강자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약자는 당해야 하는 것을 당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가르친다. 기원전 416년 델로스인들은 결사항전을 해보지만 승리는 아테네에게 돌아가고 멜로스의 남자는 몰살당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간다.
그 다음해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스파르타 편이었던 시실리에 원정군을 보내기로 한다. 기원전 415년 당시 가장 뛰어난 대중선동가였던 알시비아데스가 이끌던 원정단은 출발하자마자 알시비아데스가 신성 모독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고 결국 그가 스파르타로 망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그 와중에 보병만 5천에 달했던 1차 원정단은 전멸당하고 다시 보낸 후속 원정단 5천마저 모두 죽거나 다치거나 포로가 되면서 이 모험은 철저한 실패로 끝난다. 스파르타와의 전쟁은 그 후 10년 더 계속됐지만 아테네의 운명은 이 전투로 결정됐다.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아테네 사절단의 말대로 아테네는 스파르타의 힘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는 옛 영화를 회복하지 못했다.
천하를 다 가졌던 것 같던 스파르타의 영광도 오래가지 못했다. 테베의 명장 에파미논다스는 기원전 371년 레욱트라에서 스파르타군에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힌다. 이로써 한번도 져 본 적이 없다는 스파르타군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테베의 황금 시대도 곧 끝난다. 기원전 338년 카에로네아 전투에서 필립 2세가 이끄는 마케도니아군이 테베-아테네 연합군에게 참패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필립 2세는 젊은 시절 테베에 인질로 끌려와 생활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에파미논다스의 장창부대에 강한 인상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 이를 개량한 무기와 전술을 고안해냈다. 그리고 그의 전법은 아들 알렉산드로스에게 계승돼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하는데 사용된다.
도널드는 무력으로 마두로를 압송한데 이어 그린랜드를 미국 땅으로 만드는데 무력 사용도 불사할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행정부의 실세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실장은 CC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힘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2천400여년전 그리스 사절단의 말과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 힘이 모든 걸 지배하는 역사는 불안정하다. 서로 먹고 먹히는 정글에서는 누구도 오래 평화를 누릴 수 없다. 제2차 대전 후 유엔과 나토를 비롯한 국제 기구가 생긴 것은 바로 이런 세상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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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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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미국보다 그 시절에는 더 강력했던 로마도 영원할줄 알았는데 무너지고 만다. 미국도 힘으로만 세계를 지배하려하면 로마꼴 난다. 어떻하면 세계의 국가로 부터 존경을 받고 약자는 도우고 강자는 누룰수 있는 힘을 기르고 참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이 미국의 패권은 반영구적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