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혜명,‘Camellia’
하늘에 달이
동전처럼 빛나고
발아래 갈잎은 포도주 빛이었던
그 밤에 당신이 물었던 때문이지,
당신처럼 나도, 어떤 개인적인
결핍을 느끼고 있었던 때문이지
그리고 당신의 품 안에서
한 마리 핀치처럼 심장소리가 통통 자라났던 때문이지
과일이 달려 무겁게 휘어진 나뭇가지에
함께 눈길이 멈추었던 때문이지,
그리고 사과 떨어지는 소리
서로 비밀이 없었고
나는 내가 원한다는 것을 알았지
우린 둘 다 눈을 사랑하고, 얼음을 사랑하고,
긴 죽음 같은 빙결과 해동의 자비를 사랑했지.
가을날 당신은 내게
따스하고 텅 빈 바닷가를 주었지
그래서 였지,
오직 둘만이 바다를 바라보며
함께 머무를 수 있다는 느낌
그래서 난 대답했지
‘Yes’라고
Crystal S. Gibbins ‘그 밤에 당신이 물었으므로’
임혜신 옮김
깊어가는 가을, 밤의 바닷가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약속하는 모습이다. 달빛 환하게 마른 잎들 지는 밤 둘은 함께 걷는다, 과수나무 사이로, 텅 빈 바닷가로.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같은 것을 좋아하는 것을 느낀다. 같은 곳에 동시에 눈이 머무는 연인들. 작은 핀치처럼 가슴이 뛰고, 함께 겨울과 봄, 빙결과 해빙을 나누며 지낼 수 있을 거라는 그 믿음으로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Yes’를 한다. 이들은 서로를 오래 혼자 버려두지 않을 것 같다. 따스한 가을밤이다. 임혜신<시인>
<
Crystal S. Gibb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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