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올해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달력은 이제 한 장 달랑 남았다. 한국에서 부쳐온 2017년 달력에는 12월20일이 빨간 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국가 공휴일이라는 의미다.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그런 선거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공휴일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다 알다시피 대통령의 탄핵, 파면, 그리고 뒤따른 구속, 감옥행은 이제는 모두가 다 알고 있고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뒤따른 대선은 5월에 치러지고, 예전처럼 축제속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외국사절도 외국정상도 없는 그런 의식속에서 이루어진 선서로 끝나 버렸다.
벌써 7개월 전인가. 손가락으로 월수를 헤어 본다. 정초부터 기분이 암울하고 이러는 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은 고정관념으로 변하고 밤낮으로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한국소식에 매달렸다.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미국에 사는 한 의사에 지나지 않으니 소리는 내고 싶었으나 속으로 속으로만 잦아드는 정녕 소리 없는 아우성에 나에게 2017년은 온몸과 마음이 병들고 곪아가는 듯한 해였다.
탄핵판결전 업스테이스 먼 곳의 절을 찾았다.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누군가 전지전능한 분이 있다면 붙들고 호소하고 간절히 기원하고 싶었다. 지금껏 성당에 가도 옛날 모친이 집 가까이 있던 절을 찾아 아들이 잘 되라고 염원하신 일이 있고 해서 나도 가끔 절을 찾긴 하지만 마음의 평정을 위해 찾아가지, 무엇을 특별히 염원해 본 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 세 번의 사찰방문은 분명히 말하건대 박근혜 대통령의 안녕과 무사함을 빌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부처님은 귀동냥으로 흘려버렸는지 오늘까지도 박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 대체 무슨 죄목으로? 증거인멸과 도주위험이라니...
이곳에도 서울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주 다시 사찰을 찾아 빌고 또 염원했다. 대통령의 안녕을 빌었다. 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2017년을 되돌아볼 때 그저 참담하고 암담할 뿐이다. 너무 가슴이 아린다.
1593년의 정유재란 때 전 군민이 진주성을 지키기 위해 옥쇄한 그 처절한 죽음을 생각한다. 옥쇄는커녕, 배신의 등을 돌린 저 한국의 당시 여당 정치인들, 왜 그랬을까? 질문만 있지 답을 못 찾는 오늘, 차라리 변영로씨의 시 논개를 읖조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꽃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방준재/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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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ything, has it's own nature ,so they will be explored according to it's con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