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선수들 거식증ㆍ폭식증 등 많아
▶ 섭식장애에서 선수들 보호하기 위해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km+15km 스키애슬론 경기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금은동을 싹쓸이한 노르웨이 선수들을 향해 자국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거리다. 사생활이 아닌 한 대부분 공개된다.
그러나 결코 공개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노르웨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몸무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이트와 종목별 연맹 홈페이지에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프로필을 공개하는데, 여기에는 몸무게를 포함한 신체적인 조건도 포함돼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의 경우 ▲생년월일: 1989년 2월 25일 ▲신체조건: 키 168㎝ㆍ몸무게 60㎏ 등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 선수들의 몸무게는 찾아볼 수 없다. 할보르 레아 노르웨이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18일 USA투데이에 “선수들이 자신의 몸무게를 공개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몸무게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2008 베이징하계올림픽부터 선수들의 체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올림픽위원회가 선수들의 몸무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섭식장애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섭식장애는 음식을 먹는 것과 관련한 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정신장애다. 주로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는 거식증이나 먹는 양을 제어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먹은 뒤 일부러 구토하는 폭식증이 대표적이다.
섭식장애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직업병’이나 마찬가지다. 전미섭식장애협회(NEDA)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1명인 3,000만명이 심한 섭식장애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운동선수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주최국 러시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피겨스케이트 단체전 여자 싱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는 19살이던 지난해 거식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평생 37㎏으로 살아야 당신들이 행복하겠느냐”며 “다이어트는 할 만큼 했다”고 남기기도 했다. 1988년과 1992년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던 독일의 조정 선수 바네 하베는 거식증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다가 은퇴 6년 만인 2001년 사망했다.
썰매 종목 선수들은 체중을 불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인승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은 지난 1년 간 하루에 여덟끼를 먹고 12㎏을 찌운 것으로 알려졌다. 봅슬레이 김유란 선수는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먹었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선수별 몸무게는 미래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어린 운동선수들에게 혹은 경쟁 선수들에게 먹는 행위와 관련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삐쩍 마른 모델들을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도 될 듯하다.
할보르 레아 대변인은 “스포츠에서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체중이 아닌 다른 것이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의 몸무게가 과도하게 중요시되는 지금 사회에서 우리는 선수들의 몸무게를 알리지 않는 것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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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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