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휠체어 컬링 ‘오벤져스’ 4강행 확정
▶ 영국 5-4로 꺾고 노르웨이와 격돌

정승원(맨 오른쪽) 선수 등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15일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영국을 5대 4로 꺾은 뒤 서로를 얼싸안으며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엔 김장감이 감돌았다. ‘오벤져스’라 불리는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4강 진출을 확정하기까지 1승이 남은 상황.
대표팀은 영국과 7엔드까지 4-4로 팽팽히 맞섰다. 마지막 8엔드에서 영국의 스톤 2개가 하우스 내에 포진하고, 그 앞에 스톤 2개가 방어벽을 치고 있어 불리했다. 위기의 상황에 서드 정승원(60)이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기가 막힌 드로우샷(하우스 중앙에 스톤을 보내는 샷)을 성공시켰다.
이 샷 덕분에 대표팀은 영국을 5-4로 꺾고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에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백종철 감독은 “정승원 선수의 샷이 짜릿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벤져스’는 여세를 몰아 이어 열린 예선 1위를 달리던 중국을 7-6으로 제압, 조 1위로 예선을 마쳤다. 이로써 대표팀은 4위 노르웨이(7승4패)와 16일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한국 선수단 최고령인 정승원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대표 선발전을 3전4기 끝에 통과했다. 20여 년 전 산업 재해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3년간 병원에만 누워있었다. 삶의 의욕을 잃어가던 중에 지인의 권유로 론볼(잔디에서 정해진 표적에 가깝게 공을 굴리는 스포츠)을 배우며 재활 의지를 다졌고, 휠체어컬링으로 눈을 돌려 태극마크를 꿈꿨다.
정승원의 휠체어 손잡이엔 글귀가 적힌 노란색 카드가 잔뜩 붙어있었다. 취재진의 시선이 카드로 향하자 정승원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문구”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장창용 멘탈코치는 선수들에게 ‘우리 팀을 빛나게 하는 심리기술 카드’를 만들어줬다. 정승원은 카드 문구를 아예 휠체어 손잡이에 써 붙여놓았다. ‘나는 프로페셔널이다’ ‘100% 현재 집중된 샷을 하자’ ‘지금 주어진 이 샷뿐이다’ ‘그 동안 흘린 피눈물을 잊지 말자’ 등이 적혀있다.
정승원은 “어떻게 그 샷을 넣을 수 있는지 아느냐”면서 ‘안 죽을 만큼 엎드려라’고 적힌 글귀를 가리켰다. 그는 상반신을 앞으로 엎드리지 않은 채 허리를 뻣뻣하게 세우고 샷을 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는데, 이 글귀를 힐끗 보고 한 게 이날의 ‘빅샷’이 됐다.
대표팀의 심리 상담을 해주는 장창용 멘탈코치는 “정승원 선수는 숱한 좌절과 힘겨운 과정을 겪었다”며 “그가 선택한 카드 문구를 봐도 ‘배수의 진’을 친 것처럼 비장함이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승원 선수는 평소 팀원들에게 ‘난 투구를 할 때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질 때처럼 그 각오, 심정으로 던진다’고 얘기한다”며 웃은 뒤 “대표팀이 지금까지 오는 과정은 매우 훌륭했고, 현재 결과로도 너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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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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