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하위층 소득 -8% 급감, 최상위층 소득 9.3% 상승… “최저임금 등 재검토해야”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 정부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한다는 명분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지만 거꾸로 1분기(1~3월) 빈부 격차는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1분위(소득 하위 20%)는 물론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명목소득이 집계 후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지만,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지난 24일 “올해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28만6700원으로 1년 전보다 8% 줄었다”고 밝혔다. 하위 20%의 바로 위인 차상위층의 월평균 소득도 1년 전보다 4% 줄어든 272만2600원에 머물렀다. 반면 1분기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15만1700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나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국 가구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이 4.61배로 2016년 4분기(4.63배)보다 0.02 하락하면서 소득 분배 상황이 8분기 만에 개선됐다. 그러나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5.95배로 1년 전(5.35배)보다 0.60 급등했다. 2003년 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분배 지표가 최악 수준이 된 것이다.
빈부 격차 확대의 원인에 대해 우선 최근 일자리 상황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경제학자는 “최근 고용 지표가 급격히 악화했는데, 상당 부분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유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경제 전문가는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 소득이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해고당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고령화 추세로 퇴직한 가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되는 등 인구 구조가 분배 지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현상이 올해 1분기에만 급격히 진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소득 분배 지표 악화는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등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계층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도 소득 분배 악화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별로 소득 분배가 악화된 원인 진단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정부가 의도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1분기 지표만 놓고 보면 서민들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줘서 소비를 살리고,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 등이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정책들이다.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은 “대체로 경기가 부진하거나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어려운 사람들이 먼저 해고되거나 영세업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늘기 때문에 빈부 격차가 심화된다”면서 “소득 분배 악화는 소득 주도 성장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빈부 격차를 완화하려면 경제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성장을 달성하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 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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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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