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대통령, 리용호 북 외무상에 “미국 믿지 말라” 충고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미국이 이란에 대한 '초강력' 제재가 부활한 와중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이란 지도부의 회동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반미, 반서방 진영의 대표적 맹방인 이들의 만남이 이례적이지는 않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미국을 향한 외교 이벤트라는 것이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강력 제재가 협상이 진행 중인 북한을 향한 '위력 시위'라는 풀이가 나온다는 점에서 북미 협상에 이란이라는 변수까지 등장한 셈이다.
미국의 압력에 맞서야 하는 이란에서는 리 외무상의 방문에 반색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관됐다고 알려진 보수매체 타스님뉴스는 "이 시점에서 리 외무상의 방문은 북한의 외교 정책이 변함없이 자주적이라는 점을 보이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이라는 그릇에 계란을 모두 담지 않고 외교 정책의 균형을 잡겠다는 의도"라고 해설했다.
미국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라는 것이다.
이란 국영방송은 8일 "리 외무상이 북미 회담 상황을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설명의 심도와 관계없이 양측은 기밀한 최신 정보까지 공유한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이란 외무부가 리 외무상이 먼저 이란을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강조한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팽팽한 협상을 벌이는 상대인 미국이 가장 적대하는 이란과 우호를 과시함으로써 미국과 협상장에서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 역시 미국에 맞서 마침 미국과 세기의 회담 중인 북한과 관계가 변함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장면이 필요하다.
중동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 시점(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 첫날)은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이란은 미국에 '내 친구가 어느 곳에나 있다'라는 점을 보이고 싶어한다"고 방문 배경을 분석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8일 리 북한 외무상을 만나 "미국의 현 행정부가 수년간 보인 언행 탓에 미국은 지금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의무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믿을 수 없고 신뢰가 낮은 나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뒤집기를 경험한 이란이 오랜 친구 북한에 '충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탄도미사일, 핵프로그램에 긴밀히 협력한 북한이 미국과 급속히 접근하는 한다는 사실에 경계심을 나타냈다고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리 외무상이 이란에 현재 북미 협상의 진행 경과를 설명하면서 밀접했던 기존 군사, 경제적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반미, 반서방 진영의 대표적 맹방인 북한과 이란은 올해 6월12일을 기점으로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란은 2015년 7월 핵협정 타결로 제재가 느슨해지면서 실로 40년 만에 미국과 거리가 가까워지는가 했더니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다시 미국의 제재에 처하게 됐다. 심지어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대두한다.
북한은 올해 초까지 미국의 폭격설이 거론될 만큼 미국과 관계가 위기일발이었다가 6월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 급반전됐다.
이란은 미국이 5월 핵합의를 탈퇴하자 동결했던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겠다고 위협한 반면, 북한은 보유했던 핵무기를 없애야 하는 형편이다.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에 대해 미국은 아무래도 껄끄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리 외무상이 로하니 대통령을 만난 뒤 트위터에 "오늘날 이란 정권은 '세계 평화'를 거스른다. 우리의 동맹과 동반자들은 이란 국민을 억압하고 전 세계 테러리즘을 강화하는 이란 지도부를 거부하는 미국에 동참해 달라"고 적었다.
북한과 협상이 '세계 평화'를 앞당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언급과 엮어 보면, 리 외무상의 우호적인 이란 방문은 세계 평화에서 벗어난 일이고 곧 북미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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