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다녀온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려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LA에서 한국까지는 보통 13시간 반이 걸리지만 돌아올 때는 10시간이면 된다.
이는 북극권 주변을 맴도는 제트기류 때문이다. 제트기류는 북반구와 남반구에 모두 있고 극권과 적도 기류 두 종류가 있는데 극권 기류가 훨씬 강하다. 적도 근처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기도 하지만 극권에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분다. 한국으로 갈 때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이 바람의 방향을 거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당국은 매일 어떤 경로로 가야 이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를 조사해 항로를 결정해 준다.
제트기류는 항공기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위 ‘극권 소용돌이’(polar vortex)라 불리는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일이다. 이 소용돌이는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데 이것이 강할 때는 제트기류도 강해지고 약할 때는 같이 약해진다. 이것이 강할 때는 극권의 찬 공기가 그 지역에 갇혀 있지만 약해지면 남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남쪽에 있는 사람들마저 평소 모르고 지내던 극권의 추위를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소용돌이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14년부터다. 그해 1월 2일 미 북동부 지역에서 시작된 한파와 폭설은 대서양에서 로키산맥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에 걸쳐 북극 추위의 매서움을 알려줬다. 미네소타, 일리노이, 위스콘신 등 여러 지역이 사상 최저기온을 기록했고 21명이 사망했으며 2억 명이 이를 직접 경험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성층권의 기온이 갑자기 높아져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고 있는 극권 소용돌이가 남하해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설명했으나 왜 성층권의 온도가 높아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 후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다시한번 이 소용돌이의 장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중서부 지역을 강타한 이번 한파로 미네소타 등 일부 지역은 화씨 영하 70도 대로 떨어지는 등 기록적 주위가 찾아왔고 8명이 사망했다. 일리노이와 캔서스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일리노이 학교들에는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관공서도 문을 닫았다. 극심한 한파로 하늘 길도 막히면서 미 전국에서 30일에는 2,700편, 31일에는 2,2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내 많은 곳이 엄청난 폭설과 기록적인 한파로 고통 받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를 조금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이번 한파의 원인일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2014년 성층권 온난화가 극권 소용돌이를 약화시켜 기록적 한파를 불러왔던 것처럼 성층권 온난화가 가속화 되면 이런 사태가 잦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입증하려면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이렇다 저렇다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공상영화이기는 하지만 ‘내일 다음 날’(The Day After Tomorrow)이라는 재난영화에는 온난화가 해류의 흐름을 방해해 얼음폭풍이 미 전역을 강타하며 빙하기로 빠져 드는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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