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프 쿠퍼티노 시장 시정연설서
▶ 주택문제 해결 진퇴양난에 빠져
쿠퍼티노의 시장이 교통난 해소를 위해 주변 도시로부터 돈을 받아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농담을 했다가 원성을 사고 있다.
쿠퍼티노의 스티븐 샤프 시장은 지난달 30일 한 시정연설에서 교통난 문제를 언급하며 쿠퍼티노 둘레에 장벽을 둘러친 지도를 담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꺼내 들었다.
샤프 시장은 "남쪽 국경을 따라 건설될 장벽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건설하려는 장벽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게 바로 쿠퍼티노 주변의 장벽이다. 새러토가나 다른 도시로부터 오는 자동차들 때문에 우리는 아주 큰 (교통)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샤프 시장은 "산호세가 장벽 비용을 대부분 지불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그건 우리 세금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교통 문제에 크게 기여하는 새러토가도 일부 내놓게 될 것"이라고 농담했다.
애플 등 쿠퍼티노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며 교통난이 극심해지자 주변 도시로부터 돈을 받아 장벽을 치고 통행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농담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정 가격 주택의 옹호자들과 주변 도시의 지방의원들은 샤프 시장의 유머 감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쿠퍼티노는 이미 IT 산업에서 나온 부에 잠식당하면서 주변 도시들에게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맷 리건 '주택정책을 위한 베이 지역의회 경제연구소'의 수석부대표는 "쿠퍼티노는 3년 넘게 적정 가격의 주택을 짓기 위한 신규 허가를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며 "이미 그들은 자기 도시 주변에 사실상 장벽을 쳤다"고 비판했다.
쿠퍼티노에서 살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진 데다 신규 주택 공급마저 중단해 이미 장벽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리건 부대표는 "애플 본사가 있는 데다 쿠퍼티노는 주택 건설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 지역의 주택과 일자리 간 불균형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쿠퍼티노 시는 주택 특히 서민 주택을 많이 지어 주택난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구 밸코몰에 아파트와 오피스를 지으려는 계획은 시행 단계에서 ‘더 나은 쿠퍼티노(Better Cupertino)”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중단된 상태이다. 주택을 지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고밀도 아파트 건설은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다. 더 많은 사람들이 쿠퍼티노로 몰려들어 결과적으로 더욱 집값을 올린다는 주장이다.
우주선 모양의 애플 본사에는 13,00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샤프 시장은 그들 모두가 본사 건물 신축 후 새로 일하게 된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다. 원래 그 자리에는 휴렛 팩카드가 있었으며 애플 때문에 주택난이나 교통난이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 기업으로부터 받는 세금이나 기부금으로 주택을 건설하려는 정책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쿠퍼티노 주위의 다른 도시들은 최근 몇년 동안 많은 주택을 건설했고 쿠퍼티노도 거기에 동참하라고 촉구하지만 밸코몰 개발계획에서 보듯이 쉬운 일은 아니다. 쿠퍼티노 같은 작은 도시에는 많은 주택을 짓기에는 부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밀도 아파트를 짓는 것은 시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그래서 쿠퍼티노 경계에 벽을 쌓아 더 이상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사오지 못하도록 하자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한 것이다.
작년 시정연설에서 다시 폴 당시 쿠퍼티노 시장은 쿠퍼티노의 주택난은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가 시민들의 분노를 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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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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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파악못하고 농담하다가 거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