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 이 신임 행장이 14일 윌셔 본점에서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3년간 주요 경영계획을 밝히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미은행은 미주 한인들이 자금을 모아 설립한 미국 내 첫 한인은행으로 1982년 출범 이후 지난 37년간 변함없이 하나의 브랜드와 정체성으로 미주 한인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같은 전통을 이어가 한미은행의 제2의 도약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지난 6일 한미은행의 첫 여성행장 및 최고경영자(CEO)로 3년 첫 임기를 시작한 바니 이(56) 행장은 14일 윌셔 본점에서 취임 기자회견 및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경영 계획을 밝혔다. 바니 이 행장은 1989년 구 중앙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투신한 후 올해로 만 30년째를 맞아 미주한인 2위 은행인 한미은행 행장에 취임하게 됐다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스토리가 금융 커리어를 꿈꾸는 1.5세와 2세 한인들에게 롤모델이 됐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희망도 피력했다. 바니 이 행장은 이번에 은퇴한 금종국 행장이 지난해 6월 조기퇴진을 발표하면서 당시 최고운영책임자로 있다가 행장으로 임명됐었다. 지난 10여개월간 금종국 최고경영자와 함께 일하면서 대출과 예금 등 영업과 지점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행정을 책임지면서 검증되고 준비된 행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음은 이 신임 행장과의 일문일답.
- 은행권 투신 30년째를 맞아 행장까지 올랐다. 특히 여성 행장으로서 기대도 많은데 소감은.
▲ 오는 5월 은퇴하는 노광길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의 신임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또한 열심히 일해주고 오늘의 한미은행을 일군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에 진한 고마움을 느낀다. 지난 30년간 은행권에서 일하면서 특별히 여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여성이기에 여성이 볼 수 있는 관점에서 더욱 섬세하고 꼼꼼하게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한미은행은 지난 37년간 일관되게 하나의 브랜드로 오늘까지 왔다. 그만큼 조직 내 연속성과 자부심이 강하다. 강한 부분은 더욱 강하게 만들고 약한 부분은 강화해서 한미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향상시키고 싶다.
- 행장에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 직원들에게 네 가지 가치를 강조했다. 첫째는 진실성과 정직성(integrity)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어떤 업종보다도 강도 높은 감독과 감시를 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투명성(transparency)이다. 은행이 투명해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업무’를 하는 기관으로서,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게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공정, 공평성이다. 모든 업무에서, 또 모든 고객과의 관계에서 동일한 원칙과 절차가 적용돼야 한다. 네 번째는 팀웍이다. 부서, 직원 간 이기주의나 소모적인 경쟁은 없어야 하며 모든 포커스가 고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를 목표로 단합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 행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부문에 주력하고 싶은지.
▲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미은행 브랜드의 가치 향상, 타주 지점망 확대를 통한 전국 한인은행으로의 도약, 은행 인프라 강화, 직원 복지와 고객 서비스 향상, 차세대 뱅커 육성, IT 등 테크놀로지 분야 투자 확대 등을 주요 고객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미국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고 은행권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은 등 어려운 시점에서 행장을 맡게 돼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한미은행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두말 할 것도 없이 직원이다. 많은 직원들이 20~30년 이상 있으면서 강한 전문성과 내공을 지니고 있다. 좋은 직원과 좋은 고객이 많은 은행이 좋은 은행이다. 좋은 직원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아무리 좋은 고객이 와도 좋은 직원이 없다면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경쟁 은행에 뺏기게 된다. 직원들이 자부심과 전문성을 갖고 즐겁게 일하는 한미은행이 돼야 한다.
- 차세대 뱅커 육성 등 직원 교육과 복지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는데.
▲ 개인적으로 30년 전 한인은행의 매니지먼트 트레이닝 코스를 통해 은행에 입사할 수 있었다. 당시 나까지 3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었던 제가 30년이 지나 자산규모 56억달러 규모의 대형 은행의 행장이 됐다. 이같은 기회를 차세대 뱅커들에게 주고 싶다. 한미은행이 하고 있는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서 은행에 관심이 있는 젊은 한인 1.5세와 2세들이 경험을 쌓고 뱅커가 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싶다. 직원들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더욱 내실을 기해 직원 한 명 한명을 맡은 분야의 최고 금융전문가로 육성하겠다. 직원 복지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향상해 나가겠다.
- 1세대 창립 이사들이 속속 은퇴하면서 한미은행 이사회도 이제는 1.5세 한인과 비한인으로 구성됐다. 이 행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 한인은행 이사회도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로 비단 한미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한인은행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행장으로서, 또 이사회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 있다면 할 것이다. 현 이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영어권 금종국 행장이 오면서 한미은행과 한인 커뮤니티의 연결고리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지적과 우려도 있었다.
▲ 한미은행의 뿌리는 미주한인 커뮤니티다. 그렇게 한미은행이 출범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면서 주류사회, 타인종 마켓으로 활발하게 진출할 것이다. 한인 고객은 물론 다양한 각계각층의 한인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 구체적으로 한미 네이버를 통한 다양한 봉사활동과 장학사업, 봉사단체 지원,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확대 등을 통해 한미은행과 한인 커뮤니티와의 끈끈한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 타주 영업망 확대를 통한 전국 한인은행으로의 변신도 강조했는데.
▲ 전체 35개 지점 중 3분의 2인 22개 지점이 캘리포니아 주에 집중돼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고 성장하는 지역이라면 한미은행이 진출해 한인 고객을 서비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점이 없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이나 시애틀 지역 등이 후보가 될 수 있고 뉴욕과 뉴저지, 버지니아 주도 지점이 각각 1개라서 보강이 필요하다. 앞으로 지점망이 없거나 미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점망 확대를 적극 검토, 추진하겠다.
- 타인종, 주류마켓을 대상으로 한 공략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 현재 비한인 고객 비율이 약 30% 정도다. 명실공히 전국을 아우르는 은행이 되려면 이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좋은 예가 지난해 3월 휴스턴 차이나타운 지점을 오픈하면서 지점장에 중국계를 임명했다. 이 지점은 중국계 직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문으로 된 은행 간판과 중국어로 된 은행 상품, 서비스 소개서 등으로 고객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텍사스 주의 경우 7개 지점망을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고객과 중국계 커뮤니티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또한 각 지점마다 해당 지역의 인구 비율 상황을 감안해 타인종 마케팅 직원도 채용하고 있다.
- 주가가 여전히 부진한데 주가 부양 계획은.
▲ 부진한 주가 또한 한미은행을 포함한 한인은행은 물론 미국 은행권 모두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숙제다. 사실 최근에는 주식시장과 경제상황에 따라 실적과 관계없이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낸다면 주가가 이를 반영할 것이고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한미은행은 동급 은행 중 최고 수준의 현금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할 일을 충실히 한다면 시장은 우리의 노력을 평가해줄 것이다. 주주들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한미은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마지막으로 한인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 지난 37년간 한인사회의 성원과 관심으로 한미은행이 이만큼 성장했다. 앞으로도 한인사회와 함께 성장하면서 한인사회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한인사회에 환원하는 한미은행이 될 것이다. 지켜봐주시고 변함없는 성원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 바니 이 행장 약력
- 한미은행 최고운영책임자(COO)
- BBCN 은행 행장 대행, 최고운영책임자
- 신한아메리카 은행 서부 사장
- 나라은행 최고대출책임자(CCO)
- 구 중앙은행 입사
- 일리노이 시카고 대학 졸업
<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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